유년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기대가 가득하다.
걸음마를 시작해 주위 사람을 구분하기만 해도 박수를 치며 놀란다.
글자라도 하나둘 깨칠라치면 '우리 아이는 영재가 아닐까' 들뜨게 된다.
나이보다 조금이라도 돋보이는 게 있으면 주위에 자랑하고 싶고, '힘 닿는 데까지 밀어줘야지'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자녀의 어느 부분이 뛰어난지 제대로 찾아낼 수 있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영재성을 길러주고 싶어도 몰라서 못 하는 것이다.
정작 특정 분야에 소질을 보인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답답하다.
그렇다면 영재라 불리는 아이들, 또래들에 비해 우수한 아이들은 어떻게 이를 발견해 길러왔을까.
궁금함을 풀기 위해 대구교대 영재교육원을 찾았다.
대구.경북의 수학.과학.정보 분야 초등학교 5, 6학년 영재들을 발굴, 육성하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학생 5명과 학부모 4명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본은 책읽기
모두들 책읽기에서 출발했다고 입을 모았다.
평범하지만 지극히 당연한 얘기였다.
아이들이 흥미나 관심을 보이는 분야를 찾기 위해선 다양한 책읽기가 필수인 것. 책 사주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기에 맞춰 어떤 책을 사줘야 할 지 고민도 많이 한다고 했다.
수학 심화반 송지웅(대구성동초6)군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빨리 읽는다는 것 외엔 영재라고 생각할 특이점이 없었다"고 했다.
송군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거나 의문이 생길 때도 관련 책이나 백과사전을 찾아 스스로 익히는 스타일이다.
과학심화반 오효정(대구대서초6)양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어가다 보니 재미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었다"며 거들었다.
영재교육원 김중욱 교수는 "책 속의 지식과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맞춰서 생각하고 해결하려 할 때 책 속의 지식이 자기 것으로 살아난다"며 "책 읽기와 문제 해결이 상호작용할 때 영재성은 발현된다"고 했다.
◇재미와 호기심을 살려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학부모들의 또다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왜"라고 물을 때 피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해결하거나 되묻고, 재미있어 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는 사실이었다.
과학심화반 허연규(구미문장초6)군의 어머니는 세 살 때의 얘기를 들려줬다.
"집에 수족관이 있었는데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건져내서 만지고 하더니 아예 수족관을 깨뜨려 집안을 물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놓고도 물고기를 만지작거리며 좋아하더군요. 그 후로도 사고를 많이 쳤지만 나무란 적은 없습니다". 연규군은 학교서도 과학시간만 되면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엉뚱한 질문으로 선생님의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것.
수학심화반 천상희(구미형곡초6)군의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수학이나 과학과 관련해 갖가지 질문을 던져댔는데 전자공학을 전공하고도 대답하기 쉽잖은 게 많았다"고 했다.
상희군은 "문제를 탐구하고 풀어가는 과정은 골치 아프지만 해결하고 나면 뿌듯한 게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정보심화반 김범수(남대구초6)군은 "아버지 친구분께 처음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는데 그 순간 빠져들었다"며 "교육원에서 배우는 내용에다 인터넷 사이트, 책 등에서 찾은 것들을 합하고 적용시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빨리' 보다는 '깊이'가 중요
모두들 영재라는 얘기를 듣지만 관련해서 학원에 보내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지웅이는 좀 달랐다.
어머니는 "중학교에 진학해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심화반에 넣으려면 중학교 과정을 배우지 않을 수 없다"며 "학원에서 이달말쯤 중2 과정을 끝내고 연내로 중3 과정까지 끝낼 예정"이라고 했다.
이의원 영재교육원장에게 의견을 묻자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데는 선행학습이 아니라 심화가 필요하다"며 "답에 이르는 과정을 스스로 탐구하고 찾아내는 발견자의 자세를 갖는 것이 영재성을 기르는 기본"이라고 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동의하고 있었다.
학원에서는 보통 문제를 분석하는 데서부터 답에 이르는 과정까지 하나의 길만을 제시하지만 영재교육원에서는 스스로 길을 찾도록 하는 게 아이들이 교육원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했다.
교육원에서 내주는 탐구과제가 아무리 많아도 힘들어하지 않는 것 역시 마찬가지.
지웅이 어머니도 이 부분에는 동의했지만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오늘날 학교 교육과 교육청 단위의 영재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얘기였다.
이 원장은 "부모들은 점수나 결과에 집착하는데 그래서는 자녀의 영재성을 오히려 짓밟을 수도 있다"며 "당장 학교 성적이나 대학 진학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녀의 삶 전체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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