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단 오르기
현풍 사직단은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온 가족이 제단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99년 대구 수성구 노변동 대구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사직단이 발견됐지만 정비가 되지않아 아직까지는 체험학습장소로 적합지 않다.
달성군 현풍면 상리에 있는 달성문화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나지막한 언덕을 몇 발작 오르니 꼭대기부분에 사직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체험팀을 가장 먼저 맞는 것은 홍살문. 그리고 제단 주위로 주위로는 사람 키보다 약간 낮아 보이는 '유(土변에 遺한 자)'라 불리는 담장이 네모나게 둘러쳐져 있었다.
신성한 구역인 성계(星界)와 인간들의 세상인 속계(俗界)를 구분하는 울타리인 셈.
볼거리를 잔뜩 기대하고 신성한 곳에 발을 내딛어 봤지만 그 첫 인상은 실망스러움.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제사를 지냈던 2개의 단이 고작이었기 때문. 그저 멀뚱이 쳐다봐서는 사직단이 갖는 의미와 역사에 대해서는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출발전 사직단에 대한 의미정도는 알고 떠나자. 줄자도 하나쯤 넣어간다면 단조로움을 덜 수 있고 재미있는 체험이 된다.
◇사직단 살펴보기
현풍 사직단은 원래 지금의 충혼탑이 서 있는 달성군 현풍면 지하리에 있었다고 한다.
조선조 세종에서부터 성종대(1418~1469년)에 이르기까지 3대 현풍현감을 지낸 채석현이 만들어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가 사직단을 해체하는 바람에 사라졌다.
지금의 사직단은 지난 1997년 복원된 것으로 원래 있던 자리로부터 2, 3km 떨어진 상리공원내에 자리잡고 있다.
사직단에는 2개의 단이 있다.
동쪽의 것은 대진의 신에게 제를 올렸던 '사(社)'단, 그 왼쪽에 있는 것이 오곡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직(稷)'단. 그 모양은 땅을 상징하는 의미로 네모 반듯하게 만들어졌다.
단 주위로는 네 개의 계단이 있다고 전하나 실제 북쪽 계단은 눈에 띄지 않았다.
또 국조오례의에는 "각각의 단에는 청색과 백색, 적색, 흑색의 흙을 동서남북 방위를 따라 덮고, 마지막으로 중심 부분은 황제나 중심을 상징하는 황색으로 덮었다"고 했지만 풀만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사직단은 당시 신성하게 여겼던 곳인 만큼 그냥 아무 뜻 없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엄격한 규칙을 따랐다고 한다.
호기심이 발동, 체험팀은 줄자를 들고 단의 높이에서부터 '유'의 길이 등을 재어보았다.
문헌에서 전하는 옛 단위를 이해하기 쉬운 현대 단위로 바꿔 계산해보는 것도 흥미를 끌었다.
'단의 높이는 3척으로 한다'. 1척이 30cm이니 3척은 90cm인 셈. 하지만 줄자를 들이대니 20cm가 더 높았다.
단의 넓이, 단 주위의 울타리 규격도 제각각이었다.
체험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은 "사라진 문화유산을 다시 볼 수 있게돼 다행이었지만, 이왕이면 정확하게 복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또하나 사직단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대부분 한자로 표기돼 있어 학생들이 읽기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가는길
대구에서 가려면 고속도로나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고속도로의 경우 현풍IC에서 내려 현풍읍으로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도를 이용할 경우 현풍가는 5번 국도를 타고 읍내로 들어간 후 현풍석빙고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면사무소를 조금 지나면 된다.
특히 5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들녘에 새파랗게 보리가 허리춤만큼이나 자라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춘궁기였던 옛날의 5월, '보릿고개'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눠본다면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사직단이 있는 상리동산에는 체육시설을 비롯해 '원호루'라는 정자가 있다.
도시락이라도 싸서 공원의 숲 아래앉는다면 서늘함을 만끽할 수도 있다.
상리동산 오른쪽 자락에는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석빙고도 있으니 이왕이면 한번 들러보자. 비슬산도 가까워 하루 체험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생각해보기
1.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숫자 3을 길한 수로 여겼습니다.
사직단 곳곳에 숨어있는 '3'을 찾아봅시다.
2. 문헌에 보면 옛 길이의 단위는 지금과는 다릅니다.
1보, 1장, 1척, 1촌, 1리, 1길 등은 얼마나 될까요?
3. 사직단은 궁궐이 있었던 서울을 비롯, 여러 지방의 마을에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동'이름에는 이런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사직단을 찾아봅시다.
4. 사직단에서 제례는 한해 몇 번이나 지냈을까요. 또 그 시기는 언제였을까요.
5. 아무나 제례를 지낼 수 있었을까요. 또 제례는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고사문도 한번 작성해봅시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진행:김경호 체험교육컨설턴트
참가학생:황병석(영남대 국사학과 3년), 김가인.류도영.정현아(수성초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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