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이 떠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도 변한 것은 없다.
한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다양한 소재들로 무장한 더 많은 한국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언제까지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하나. 아! 옛날이여~.
요즘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의 마음이 이렇지는 않을까.
궁하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던가. 블록버스터 최대 격전지인 여름 방학 시즌을 앞두고 다양한 소재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속속 개봉날짜를 잡고 있다.
5월의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가 서서히 마켓을 오픈하고 있는 것. 한국 영화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트로이(Troy)
먼저 할리우드 침공의 포문을 여는 영화는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를 각색한 영화 '트로이'(볼프강 페터슨 감독)로 오는 21일 국내팬들을 찾는다.
2억 달러(2천400억원)가 넘는 제작비에 거대한 스펙터클, 화려한 미남배우들로 치장한 이 영화는 10년 동안의 트로이 전쟁을 담은 대서사극.
개봉도 되기 전에 이미 올 여름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중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 올란도 블룸, 에릭 바나 등 할리우드 최고의 미남배우들이 함께 출연, 국내 여성팬들의 눈을 자극할 태세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브래드 피트는 용맹한 그리스의 전사 아킬레우스로 오랜만에 돌아왔고, 남성미 넘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가 매력적인 에릭 바나는 철통 요새를 지키는 트로이의 가장 용맹한 장군 헥토르로 변신한다.
여기에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뭇여성들의 구애를 한 몸에 받은 '요정' 올란도 블룸이 또다시 아름다운 신화의 주인공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로 나타나 미남배우들의 격전장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미남 스타들의 전시장으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철저한 고증을 통한 완벽하고 웅장한 전투 장면과 고대 도시를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아폴론 신전과 트로이 성 등은 영화팬들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한 느낌이다.
수천대의 그리스 연합군 전함이 들어오는 장면이나 7만5천명의 병사들이 벌판에서 한데 엉켜 전쟁을 벌이는 장면은 비디오로 보기엔 아까울 정도.
특히 이 영화는 지금까지 트로이 문명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볼프강 페터슨만의 색깔이 듬뿍 담겨져 있다.
원작인 호머의 '일리아드'는 전쟁의 잔인함만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휴먼드라마는 그속 깊이 감춰져 있다는 것. "수만명이 싸우는 스펙터클한 전투신도 압권이지만, 정말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승리와 패배 속에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모습이다". 페터슨 감독은 이렇게 '트로이 전쟁'을 재해석했다.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던 타고난 이야기꾼 호머의 이야기를 독일 감독 페터슨은 어떻게 요리했을까.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또 다른 독일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는 한국팬들을 위해 한술 더 떴다.
오는 28일 전세계 동시개봉에 앞서 국내팬들을 위한 선물로 한국에서만 26일 개봉한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국보 1호인 남대문이 눈 속에 파묻혀 있는 한국 버전 포스터도 제작한 것. 한국 영화시장 공략을 위한 눈물나는 노력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이 영화는 감독의 이름을 보는 순간 '사이즈'가 바로 떠오른다.
'인디펜던스 데이'를 필두로 '고질라', '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까지 거대한 스케일과 정교한 특수효과로 정평이 나 있는 에머리히 사단이 만든 영화라니. 그리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기상 이변을 소재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세계적인 대참사를 그린 '투모로우'는 재난 영화의 총집합처럼 느껴진다.
'트위스터', '타이타닉'에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 그리고 최근 개봉했던 '코어'까지를 한데 모았다고 할까.
하지만 이 영화가 올 여름 박스오피스를 주름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기존 재난영화들과는 달리 좀더 과학적인 검증을 통한 실현 가능한 이야기들이 실감나게 펼쳐지기 때문일 듯 싶다.
홍수에 휩쓸린 뉴욕 거리와 우박으로 초토화되는 도쿄의 참상 등 실사와 어우러진 특수효과는 압권. 데니스 퀘이드, 제이크 질렌할, 에미 로섬 등의 출연진들로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국내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파이더맨 2(Spider-Man II)
지난 2002년 전국 300만 명을 거미줄에 사로잡았던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 좀더 끈끈한 거미줄을 들고 내달 다시 찾아온다.
'스파이더맨 2'는 전편보다 더욱 강해진 액션과 스케일, 그리고 스토리로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등 '가장 뛰어난 후속작'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요즘 한국을 우선시하는 할리우드 영화답게 6월 30일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2편의 배경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복잡하다는 뉴욕 지하철과 도로로 넓혀졌으며,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악당 옥터퍼스를 새롭게 등장시켜 더욱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액션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편에서처럼 토비 맥과이어가 체크무늬의 빨간 쫄티를 입는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사진: 영화 '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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