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4-05-13 09:16:38

항상 바닷가 언저리 발목을 잡혀

부딛고 부딪치며 뭍을 자극한 파도

언제나 제한된 선을 넘지 못하고

저만치서 멈춘 한 파묻는 모래톱

해일도 태풍도 한때의 앙탈

둥근 지구의 변두리를

돌고 돌아선 물결은

해안선 기웃거리며 달려드는 함성

구비치는 세월

임무웅 '해안선' 부분

적당한 파도가 있는 날 바닷가에 서면 하얀 파도가 운동회 때처럼 계속해서 달려나온다.

그 파도를 오래 지켜보며 우리 인간이 지닌 한계점을 생각했다.

엄청나게 큰 노력을 해서 한번은 육지의 어디까지 점령했더라도 잠시 만져볼 수 있을 뿐 결국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점차 나이가 드니 분수에 맞는 삶이란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나에게 과분한 삶을 꿈꾸며 허둥지둥 살던 때가 있었다.

이제 와서 보니 다 헛된 기왓장일 뿐 나와는 인연이 멀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