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주가폭락과 정부의 책임

입력 2004-05-12 14:03:41

세상에서 모든 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집을 나갔던 새옹의 말(馬)이 준마 한필을 데려 왔는데, 아들이 그 말을 타다 다리가 부러져 전쟁에 나가지 않게 돼 목숨을 구했더라. 그래서 세상사에서 한 가지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월요일 주가폭락은 새옹의 고사를 연상하게 하는 여러 가지 경제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월요일 주가는 장중 한때 771선까지 밀리면서 연중 최저치인 790포인트를 기록하였다.

이번 주가폭락은 표면적으로 실물부분에서 중국쇼크와 금융부분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때문에 촉발되었다.

중국쇼크는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중국경기가 과열되고 있어서 경기를 진정시킬 것이라는 발언 이후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중국경기가 가라앉으면 중국의 수입과 소비가 줄어들 것이고 중국에 수출하던 국가의 기업과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최근 미국의 경기호황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고용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인데 반해 지난주 발표된 미국 경기지표는 최초로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일자리를 수반하는 경제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경기호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서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를 인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경기회복으로 금리인상을 미루어 왔다.

지난주 경기지표에서 일자리가 늘고 고용사정이 나아지면서 금리가 다음달부터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며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해외 단기자본이 다시 미국으로 투자되는 현상을 보일 것이다.

이 경우 한국에 투자된 외국자본은 모두 한국주식을 팔고 미국으로 이동할 것이며 한국 주가가 폭락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또한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쇼크도 그렇고 미국쇼크도 그렇듯이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주가변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 경제에 대한 예상이다.

이러한 예상은 단기적일 수도 있고 장기적일 수도 있다.

중국쇼크와 미국 금리변동에 대한 예상은 단기적이어서 주가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히 일시적일 것이다.

따라서 주가는 조만간에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경기가 호황을 맞고 고용이 회복되면 미국소비와 수입이 늘어나고 우리나라의 미국수출이 다시 늘어날 것이다.

한국 경제는 탄력을 가지게 되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한번 더 넓혀보면 이번 주가폭락이 단기적인 이벤트로 생각하기에는 의미심장한 시그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왜 우리나라 주가는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경제쇼크에 취약할까하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대외 의존적인 경제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소득에서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부분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1천원을 벌면 그중에서 800원은 무역을 통해 창출된다는 점이다.

또한 금융시장이 취약해서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율이 거의 60%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경제쇼크가 그대로 우리나라 경제에 전달되어 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외 경제쇼크가 우리 경제에 증폭되면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쇼크에 가장 취약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말레이시아도 있고 싱가포르도 있고 대만, 일본도 있는데 왜 한국경제가 가장 취약할까. 그 의문은 바로 실물과 금융시장에서 증폭기 역할을 하는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

정부의 책임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불확실하여 투자자로 하여금 미래 경제를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미래 경제정책이 불확실하니 예상이 불가능하며 주식과 금융시장은 조그만 쇼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둘째, 정부의 지나친 시장간섭으로 가격과 경제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현재와 미래의 경제쇼크와 정보를 흡수하여 가격에 반영하게 한다.

가격변화는 이러한 쇼크를 안정적으로 유도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통제하려고 하거나 관리한다면 그 가격기능은 상실되며 시장과 경제는 실패하고 만다.

지금 정부는 개혁과 혁신의 이름으로 시장과 가격을 관리하려고 한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다고 세금을 올리더니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담배세금을 인상한다.

살이 찌면 비만세를 부과하고 주가가 너무 높으면 주식버블을 잡는다고 주식 투기세를 만들어 부과할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의 정책기조와 방향을 알 수 없다.

도대체 정부는 있기나 한 것인가.

김희호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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