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난한 여대생의 안타까운 투신

입력 2004-05-12 11:09:48

"마음을 열고 가족과 속깊은 대화만 나눴더라도 막을 수 있었을텐데...".

11일 오전 가난에 내몰려 스스로 짧은 생을 마감한 한 여대생의 조촐한 장례식이 주위의 안타까움 속에 치뤄졌다. 영정속 인물은 이틀전 17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등진 지역 모대학의 채모(22.북구 산격동)양.

"가정의 달 5월이라고 하는데...너무 서글픈 죽음이예요". 사건을 맡은 한 경찰관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채양은 지난 10일 오전9시30분쯤 수성구 범어동 ㅅ맨션 17층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가지런히 놓인 신발과 평소 가지고 다니던 가방이 주인을 잃은 채로 발견됐을 뿐 유서는 없었다.

채양은 고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수재라고 가족들은 전했다. 어릴적 아버지가 은행에서 퇴직했고 어머니가 틈틈이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온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했다. 성적은 뛰어났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지역의 모 대학을 택해야 했던 채양.

그러나 가난은 결국 한 여대생으로부터 생기를 앗아갔다. 학업도 소홀히 하고 가족과 대화를 하지 않은 것. 그러다 지난해 9월 아버지가 갑자기 작고한 뒤 학업에 아예 흥미를 잃었고 올해 초 제적되기에 이르렀다.

"그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했었는지 몰랐습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오빠(25)는 넋을 잃었다고 경찰은 안타까운 사정을 전했다. 투신 1주일전 어머니에게 남긴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겠지?"라는 말이 유언으로 남은 셈이었다. "속 고민을 털어만 놓았더라면...". 경찰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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