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포 전쯤에 기타리스트인 후배의 손에 끌려 좀 유별난 음악회에 다녀왔습니다.
1970년대에 전 세계의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드록의 전설적인 그룹 딥퍼플의 공연에 다녀온 것입니다.
이런 류의 전자적 굉음을 사용하는 음악들 중에서도 특히 하드록이라고 하면 가장 강렬한 소리를 사용하여 젊은이들을 모두 난폭한 광기로 몰아가는 아주 나쁜 반 문화적 음악으로 매도되었었지요. 하지만 197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중년의 세대들은 거의 모두가 이들의 음악에 매료되어 젊은 날을 보냈습니다.
딥퍼플의 연주자들은 이미 모두 환갑이 다 된 나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젠 벌써 노년의 세대로 접어든 것이지요. 하지만 민소매 티셔츠에 두건을 쓴 모습이나 그들의 활기찬 연주에서는 세월의 두께를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청중 또한 너무나 다양해 나를 놀라게 했습니다.
젊게는 부모 어깨에 무동을 타고 온 다섯 살 남짓해 보이는 어린아이부터 50대의 중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연령층이 고루 섞여있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콘서트가 거의 끝나갈 즈음 그곳에서 뜻밖에 모 신문사 문화부의 기자를 만났습니다.
서로 멋쩍은 웃음을 씨익 머금고 인사를 나눈 다음 손뼉을 치고 머리를 흔들며 함께 콘서트를 즐겼습니다.
연주가 다 끝나고 그가 제게 말했습니다.
"어때요? 이런 음악이 클래식보다 더 좋지 않나요? 훨씬 자유로운 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 말을 통해서 소위 클래식이란 말로 포장된 순수예술의 억압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본디 예술이란 게 해방이어야 하는데 우린 언제부턴가 그것으로부터 억압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지요.
살맛나는 아름다운 세상과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급한 것이 바로 우리를 옭죄고 있는 문화와 예술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문화와 예술은 바로 우리 정서의 호흡이니까요.
이상만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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