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3)중국의 정치와 경제

입력 2004-05-12 09:18:00

지난 3월 14일 폐막된 중국의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공산당체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변혁을 체제 속에 수용하였다.

사유재산 폐지에 바탕을 둔 공산당체제의 중국이 사유재산을 인정, 보호하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일당독재 중국이 전 국민의 인권을 법으로 보호하는 헌법개정을 통과시켰다.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변환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일당독재체제의 공산사회주의를 방기하고 자본주의적 자유민주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일까? 공산체제와 일당독재는 변함없이 유지시키면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접목시키고 있는 데서 오늘의 중국은 종래의 개념과 이론으로서는 이해될 수 없는 특이한 체제운영을 하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의 창시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중국적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이론은 논리상으로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상반된 사상체제를 현실 속에 양립시키고 있는 데서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념과 명분보다는 실용과 실리를 택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문화전통 속에서 공산사회주의의 외의(外衣) 속에 자유자본주의의 몸집을 가꾸어 가고 있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의 혼합 속에 중국은 지난 25년간 연 9%의 세계 제일의 고도성장으로 세계의 공장으로서, 경제대국으로서, 미래의 충격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간 500억 달러 외자도입으로 총 1조 달러의 외자와 외국기술을 확보하면서 세계자본시장과 원자재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경제공룡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 6위의 경제규모로 벌써 한국과 일본, 동남아 경제흐름을 좌우하는 중국경제가 2040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때 과연 이들 나라들이 중국경제의 변방으로 전락하지 않고 경쟁할 수 있을지가 걱정스럽다.

안정적인 정치체제와 고공성장의 경제가 결합된 중국을 설명하는 데는 정치경제학(Politicai Economy)적 설명이 필요하다.

공산정치체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두 이물질을 조화롭게 꾸려가는 중국은 몇가지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론은 공산이론의 경제하부구조론을 뒤집어 적절한 정치관리로서 경제개발을 기획하고 추진하면 정치의 상부구조와 충돌없이 시장경제체제와 운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선진시장경제국가를 이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덩은 수천년간 고착된 1인 지배의 황제정치문화를 하루 아침에 집단지도체제와 지도자 세대교체제도로 개발정착시켰다.

장쩌민(江澤民) 세대에 이어 등장한 제4대 집단지도체제는 후진타오(胡錦濤)를 중심한 철저한 권력공유의 집단체제로서 10년 뒤에는 제5대 집단지도체로 바뀌어지게 돼 있다.

일당지배의 공산체제이지만 권력의 집단화와 규칙적인 세대교체로 시장원리에 따른 유연한 경제발전을 관리하는 중국식 특색의 새로운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이 모델의 특징은 철저한 경제논리존중의 정치운용이다.

후진타오 세대는 수십년의 수련기간 동안 중국의 경제운영 논리를 익히면서 국가관리의 소질과 능력을 닦아온 기술관료집단 세대다.

일관된 경제운영을 13억 인구를 상대로 흔들림없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놀라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같은 체제 속에서 경제발전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공산당정치체제를 안정적으로, 실리적으로 운용하는 실무형 국가관리전통이 정치바람을 타지 않고 국민의 공감대 속에 정착되고 있다.

경제관리를 위한 제도개혁은 정치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10기 전인대가 취한 일련의 헌법개정은 이를 표상하고 있다.

중국의 앞날에 걸림돌은 없을까? 급속한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확대와 대외개방이 도시와 농촌, 지역과 계층 간의 빈부격차를 낳고, 국영기업 노동자의 실업이 늘고 있으며, 급속한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급속한 세계화 수용에 의한 대외갈등 등 중국사회는 상당한 진통에 휩싸이고 있다.

더 심각한 도전은 경제발전에 따른 국민의 참여욕구와 정치민주화 욕구, 홍콩의 대규모 직선제 선거 요구시위, 천수이볜(陳水扁)의 타이완(臺灣) 독립론이 중국체제의 한계를 실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같은 도전에 직면해 중국은 '5대 계획(統籌)'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전망은 중국의 특색있는 제도가 외부 상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온갖 변화를 소화하면서 전진해온 그간의 변화과정을 두고 볼 때 수용 못할 도전은 없지 않을까 관찰된다.

마르크스가 말한 경제하부구조의 변화에 따른 정치상부구조의 변화가 서구적 민주주의로 합류(Convergence)할지, 아니면 중국식 특수민주주의로 고정될지, 중국은 21세기 역사의 최대 실험대가 되고 있다.

중국의 특수화가 진행되어 서구 통용의 재래교과서 이론을 바꿔 써야 하는 이변의 역사가 시작될지 지켜볼 일이다.

황병태 대구한의대 총장

*황병태(黃秉泰) 약력=

△1935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 대학원(행정학 석사) △미국 버클리 대학원(정치학 박사) △경제기획원 운영차관보 △한국외국어대 총장 △제13대 국회의원 △주중 한국대사 △대구한의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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