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방 배정 앞둔 의사당에 '국회 괴담'

입력 2004-05-10 13:56:23

'의원회관 5층과 7층을 피해라'.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의원회관 방 배정작업이 한창이다.

각 당 원내 기획실이 당선자를 상대로 선호층 파악에 나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당선자들의 의원회관 입주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선자들에겐 1층 소회의실을 뺀 2~8층에 개인 사무실이 마련되며 한 개 층엔 25평 규모의 방이 45개가 있다.

지역 당선자들 사이에 5층과 7층 괴담이 떠돌고 있다. 먼저 16대 국회만 해도 7층은 이른바 '로열층'으로 통했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과 조부영(趙富英)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이상수(李相洙), 한나라당 목요상(睦堯相),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무소속 안동선(安東善) 의원 등 3선이상 중진들이 다수 포진했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 총선에서 7층 의원 상당수가 줄낙선했거나 불출마했다. 또 로열층이라고 찾아갔던 지역 의원 3명(정창화.신영국.박시균) 모두가 17대에선 얼굴을 볼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열린우리당 임종석(任鍾晳),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의원 정도가 기사회생했을 뿐이다. 지역 한 보좌관은 "좋다고 찾아간 로얄층이 알고보니 공동묘지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5층도 당선자들에겐 피하고 싶은 곳이다. 이 곳에 있던 5명의 지역 의원 중 박근혜(朴槿惠) 의원만 살아 남았다. 나머지 김일윤(金一潤).현승일(玄勝一).백승홍(白承弘).장태완(張泰玩) 의원은 불출마하거나 낙천돼 무소속으로 나섰다가 결국 비운을 맞았다.

반면 6층은 선호층이다. 9명의 지역 의원 중 3명(윤영탁.박세환.박상희)만이 탈락했고 6명(이상배.김광원.박종근.이병석.김성조.안택수)이 살았다. 66%의 승률로, 4.15 총선에서 현역 의원 재당선률이 33%임을 감안하면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때문에 6층 거주 의원들은 대부분 '6층 사수'를 외치고 있다. 한 보좌관은 "6층에 있던 한나라당 김원길.김진재.박종웅, 민주당 박주천.설송웅.김충조 의원 등이 낙선하거나 불출마 했지만 지역 의원들은 상당수 살아났다"며 "방은 옮기더라도 층을 옮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637호를 쓰고 있는 이병석(李秉錫) 의원만 예외다. 이 의원 측은 '죽음의 층'이라는 7층에 갈 생각이다. 그것도 박관용 의장이 썼던 717호를 희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망이 좋고 볕이 잘 들어 꼭 차지하고 싶은 방"이라며 "이런저런 소문이 있지만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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