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지긋지긋한 은행나무 좀 치워주세요". 경주시 서면 도리 70여호 주민들에게는 마을을 온통 뒤덮고 있는 은행나무가 눈엣가시다.
경주에서도 '깡촌'에 속하는 도리마을에는 마을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7군데(필지) 1만여평에 은행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은행나무가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하다 보니 마을 전경이 은행나무에 가리는데다 까치와 비둘기 심지어 멧돼지떼의 은신처를 제공하는 바람에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게 하는 등 여간 폐해가 많은 게 아니다.
특히 까치와 비둘기는 파종된 씨앗을 싸그리 먹어 치우고, 나무의 그늘과 뿌리는 인근 논과 밭에 영향을 미쳐 한해 농사를 망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은행나무 숲에는 어른 키만한 잡초와 덩굴이 엉키고 해충과 뱀 등이 들끓어 웬만한 사람은 감히 접근도 못하는 실정이다.
마을 주민 김태수(63)씨는 "은행나무가 마을을 가로질러 동네가 둘로 갈라진 느낌"이라며 "주민들이 은행나무 때문에 병이 날 지경인 만큼 경주시 등 관계기관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 마을에 은행나무가 심어진 것은 20여년 전쯤. 전직 경주시 산림과장이자 마을 출신인 김모(77)씨가 당시 가로수로 인기가 높던 은행나무를 장기적인 투자 명목으로 심었다.
이후 김씨는 마을 곳곳에 있는 자신의 빈 땅에다 은행나무를 심어 이제는 온 마을이 은행나무 천지가 됐다.
마을 주민들도 처음에는 키작은 은행나무여서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고 은행이 자라면 다른 곳으로 팔려 나가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에 반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로수로 인기가 높던 은행나무가 벚나무에 밀리면서 판로가 끊겼고, 그나마 너무 빼곡히 심다보니 미루나무처럼 하늘로만 뻗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나무로 전락해 버렸다.
도리마을 사람들은 다른 지역 주민들처럼 안길 포장이나 노인정 등이 주민숙원사업이 아니다.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는 은행나무를 하루 빨리 없애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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