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교시 폐지' 논란 뜨겁다

입력 2004-05-10 11:42:04

시.도 교육청과 전교조의 합의에 따라 이달 중순 이후 대구.경북의 모든 고교가 0교시를 폐지하고 보충.야간자율학습을 학생 선택에 맡기기로 했으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 혼란과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교육 정상화란 기대 이면에 학원 새벽반.야간반 수강 열풍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교육 여건 차이에 따른 불평등 심화 등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고교 교장, 교감들은 "이번 조치에 따른 결과를 보고 어느 방법이 성과가 있는지 가려 시비의 뿌리를 뽑자"며 감정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어 향후 거센 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대구시와 경북도 교육청은 최근 전교조와의 협의를 통해 방과 후 교육활동 세부 운영 방침에 합의하고 대구는 17일부터, 경북은 이달 말까지 전면적인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교생들의 등교 시간은 오전 8시30분으로 늦춰지고 하교 시간은 아무리 늦어도 1, 2학년은 밤9시, 3학년은 밤 10시 이전으로 당겨진다.

보충학습 시간도 주당 10시간 안팎이던 1, 2학년은 5시간으로, 15시간 정도이던 3학년은 12시간 이내로 줄어들며 희망하지 않을 경우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에서 빠질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학생의 선택권과 건강권을 존중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과 학력 증진 요구를 반영했기 때문에 학교가 학원화하는 현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원과 학부모 대표, 시민단체, 교육청이 합동으로 점검반을 구성해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위반 학교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므로 점차 학교 실정에 맞는 방과 후 보충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결국 학원이나 과외수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 학교 교육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6일 대구시 교육청과 전교조의 합의가 발표된 이후 고3생 학부모들은 "중요한 시기에 학교 밖으로 학생들을 내몰면 결국 학원에 보내라는 얘기"라며 "학생, 학부모의 의사는 왜 반영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고교 교장은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지만 대구의 모든 고교는 일단 이번 조치에 따르기로 했다"며 "향후 결과가 좋다면 다행이지만 부작용이 크다면 다른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BS 시청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학원 시설도 열악한 경북 일부 지역의 경우 교사들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경북의 한 사립고 교사는 "학생들의 형편을 생각하면 이번 지침은 준수하기 힘들다"며 "교내 EBS 시청과 자율 학습을 최대한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경.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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