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소년자치위원회

입력 2004-05-08 16:03:09

많은 어른들이 요즘 청소년은 책임감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청소년을 만들려면 우선 책임을 주어야 가능한 것 아닐까요. 아무런 권리나 책임도 주지 않고 주어진 일만 하도록 강요한다면 어떻게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일을 진행하는 미래의 관리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대구시 청소년자치위원회 윤은주.20)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미숙한 부분이 많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할 바를 모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청소년들이 비록 뜬구름 잡는 식의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체화시키는 것이 어른들의 몫 아닌가요?"(권오성.20)

청소년 정책의 주체는 청소년이어야 한다.

청소년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신들의 교육 환경과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 자치와 참여의 마당이 넓어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중앙부처와 지자체에 구성된 '청소년자치위원회'는 어른들이 마련한 대표적인 청소년 참여 마당이다.

청소년자치위원회는 청소년 관련 정책에 대한 자문 및 청소년 여론 전달, 기타 자율 활동을 벌이는 청소년 자치조직. 지난 98년부터 시작된 '제2차 청소년 육성 5개년 계획'에 따라 권리 신장 프로그램 중 하나로 도입됐고 지난 2001년 12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대구에 만들어졌다.

대구시 청소년자치위원회는 청소년 관련 단체 회원과 또래 상담자, 자원 봉사자 등 추천을 받은 40여명으로 구성된다.

"청소년자치위원회의 가장 큰 목적은 청소년의 권익 증진입니다.

대구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대표기구로서 청소년과 관련된 모든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들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일을 맡습니다". (남선희.17)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청소년 문화 존(zone)' 조성 사업에도 이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청소년 문화 존'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두류공원, 범어공원 일대에 조성되는 청소년들을 위한 테마별 상설 문화 공간. 자치위원회는 각 문화 존(zone)이 볼거리를 제공하는 축제 부문과 참여를 유도하는 각종 교실로 구성되도록 의견을 냈다.

또 프로그램에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코스프레(Hustom Play), 아트교실, 애니메이션 등이 포함되도록 했다.

"문화존 사업에 저희들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이제 저희들의 목소리가 어른들에게도 통하는구나 싶었고 잘 몰랐던 청소년 관련 시설들과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권오성.21)

자치위원회에 속한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각종 자원봉사에 익숙한 아이들이다.

"자치위원회에 오기 전에 '청바라기'라는 청소년 상담실에서 또래상담자로 자원 봉사를 했었어요. 또래상담과 장애우와 함께 하는 캠프에 열심히 참여한 덕분인지 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추천을 받았죠". (배지영.19)

권오성군은 중학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홀몸노인을 위한 복지병원에서 무려 2천시간이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청소년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석영관(19)군 역시 6년 간 '사랑나눔'이라는 봉사단체에서 활동한 공로로 청소년대상 선행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웃들에게 무관심했던 어른들의 낯빛이 붉어지는 순간이다.

올해부터는 추천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자치위원을 선발하기로 했다.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추천을 받아서 자치회 활동을 해보니 참여율도 저조하고 활동에 반대하시는 부모님도 있더라고요. 올해부터는 참여를 원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자체 면접을 통해 뽑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위원회가 넘어야 할 벽은 높다.

위원 다수가 학생이어서 참석률이 떨어지고, 자치경험이 부족해 회의 소집과 진행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아직 위원회의 위상이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애초 자문기구로 구성됐지만 청소년들이 개진한 의견이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해 참여 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어른들의 이해부족으로 교육청과 학교장, 담당 공무원의 협조도 부족한 편이다.

"예산이 부족해 다른 지역의 청소년 단체들과 교류하려면 사비를 털어야 했죠. 또 나름대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추진하려고 해도 현실성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윤은주)

창의력이 넘쳐나는 아이들이다 보니 회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다양하고 이채롭다.

매월 한번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는 이들은 토의 안건을 정하고 정보를 수집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자치위원회는 청소년 모의 선거를 추진했다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제지로 결국 무산되기도 했다.

또 대구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청소년할인카드의 도입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 카드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만 13세에서 18세까지 청소년들을 위한 할인카드제도. 9일 열리는 5월 정기 모임에서는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자'는 주제로 찬.반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청소년자치위원회는 입시 위주의 현실 속에 억눌린 청소년들이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자치위원회를 통해 묻혀 버릴 수 있는 보석 같은 아이디어들을 끄집어 낼 수 있죠". (문태준.17)

"앞으로 청소년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저희들의 임무인 만큼 청소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배지영)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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