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외계인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라고 자칭하는 종(種)을 관찰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 있는 인간'이라는 뜻이라는데 자기들끼리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른답니다.
물론 다른 종들은 이를 수긍하지 않겠지요.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책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
미국의 인간행동학자인 퍼트리샤 브로진스키와 뉴욕주립대 교수인 제임스 깁슨이라는 사람이 쓴 '위선과 착각'이 그것입니다.
이 책은 '인간은 정말 동물보다 우월한가?'라는 도발적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내용을 따라 가볼까요?
*원죄는 다름아닌 理性
저자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풉니다.
'20세기 박물관'이라는 가상의 박물관을 상정합니다.
이곳은 2천개의 계단이 에워싸고 있으며 각각의 계단은 1년을 의미합니다.
계단에는 지난 2천년 동안의 역사적인 순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 때 들짐승이던 인류가 어느 순간 깨어 보니 이빨과 발톱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인류는 권모술수를 쓰기 시작합니다.
머리를 쓰면서 뇌가 커졌습니다.
대뇌피질이 생성되면서 본능은 죄악시됐습니다.
2천년 신은 호모 사피엔스를 원죄에서 구원키 위해 십자가에서 처형당했습니다.
그 원죄는 다름 아닌 '이성'(理性)이었습니다.
예수는 '사랑'을 강조했지만, 사랑보다는 '율법'과 '원죄'가 호모 사피엔스의 사고와 사회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는 "조심하지 않으면 '과학'이라는 새로운 신이 등장해 모든 외경과 찬양을 대신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과학적 발견과 개발이 가져다 준 것은 전쟁과 대량학살 이었습니다.
훈족이 서구를 초토화시켰다고 서구 역사학자들은 엄살 떨지만,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하나보다 못했습니다.
20세기 들어서 인류는 무려 3억명을 학살했습니다.
나치는 700만명, 스탈린은 4천500만명, 마오쩌뚱은 1천만명을 죽였습니다.
*명분없는 전쟁 계속
미국 독립선언문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사기글이 있습니다.
독립선언문이 비준됐을 때 흑인들은 노예 상태라 투표권이 없었고 여성들은 140년이 흘러서야 겨우 선거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자산이 없는 백인남성들도 당시엔 선거를 할 수 없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링컨은 탈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병사들을 방문하고 탈영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말라고 달래놓고, 밖에서는 사형명령서에 서명 했습니다.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지금도 초강대국 미국은 '석유'와 '세계 패권'이라는 욕심을 숨긴채, 명분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라크 포로에 대한 학대 문제가 비화돼 부시와 럼즈펠드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지요. 코란은 자비와 사랑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슬람교는 알라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자살폭탄 테러를 부추깁니다.
공격적인 에너지는 호모 사피엔스의 정신 구조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지금도 전쟁과 종족학살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 말을 듣고 여러분은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겁니다.
이 사실이야말로 그만큼 여러분이 폭력에 무감각해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내전으로 서로를 살육하는 서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내전에 휩싸인 나라가 자기 땅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며 인터넷이나 주식시장에 에너지를 투자합니다.
*"본능으로 돌아가라"
저자들은 호모 사피엔스더러 본능적인 삶으로 돌아가라고 권합니다.
의식(이성)과 본능과의 화해는 새로운 질서이며 이는 우리를 새로운 시대로 인도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름대로는 대안을 제시하려 한 것 같지만, 구체성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에 동양도 있는데 서구 중심으로만 풀어놓은 것 또한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런저런 약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성'이란 미명 아래 저질러진 위선과 자기기만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인듯합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