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행상 수상 이정아씨-장애남편 사랑하기 10년

입력 2004-05-07 14:27:00

"아내는 내 삶의 전부입니다". 남편의 장애를 함께 이겨내며 감동적인 삶을 엮어 온 순애보의 부부 김진철(金鎭哲.41.김천시 평화동).이정아(李庭兒.36)씨.

1991년 직장인 김천 그랜드호텔에서 처음 만난 이들 부부는 사랑이 무르익은 지 6개월 만에 남편 김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쳐 전신불수가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끝도 없을 것 같은 치료가 계속됐다.

김씨는 한때 팔순 노모와 사랑하는 연인인 이씨를 힘들게 하느니 차라리 스스로 세상을 뜨자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

그러나 마흔을 넘긴 나이에 외동아들인 자신을 본 노모와 늘 병문안을 오는 이씨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씨의 변함없는 사랑은 8개월여 동안의 병원 신세를 접고 퇴원한 김씨의 재활 의지를 높였다.

그리고 이씨는 혼자 세수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된 김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생활이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남편 김씨는 평소 즐겨찾던 인터넷 바둑사이트(www.cyberoro.com)인 '오로바둑'의 운영자로 취업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아내와 함께 일을 하면서 사랑도 더욱 돈독해졌다.

특히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회원들을 위해 타이핑하는 일이 김씨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어 이씨가 남편의 말을 받아 타이핑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하며 살아온 지 벌써 5년째.

수입이 넉넉한건 아니지만 아내와 24시간을 같이 할 수 있어 마음만은 넉넉했다.

손.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 1급인 김씨에게 그림자처럼 일거수일투족을 돕는 아내 이씨는 든든한 삶의 버팀목이다.

이들의 순애보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씨는 지난달 21일 제47회 보화상 시상식에서 열행상을 수상했다.

"사랑에 이유가 있나요. 남편이 그저 좋을 따름입니다". 아내 이씨는 그저 환하게 미소지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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