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반달 할아버지'

입력 2004-05-06 15:00:00

동심(童心)은 '인간의 본심'이라 한다.

한 아동문학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동물이나 목석하고도 자유롭게 대화하며 정을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동심을 담고 있는 노래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우리는 어릴 때 듣고 부른 노래들이 얼마나 깊이 영혼에 각인돼 있으며, 정서의 뿌리를 어떻게 이루었는지를 안다.

그 노래들이 어떻게 우리 마음속의 기쁨을 깨우고, 슬픔과 아픔을 재우면서 위로와 힘이 돼주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동요(童謠)를 만들고 부르는 일은 가장 아름다운 일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시작되는 동요 '반달'은 식민지 시대의 우리 꿈을 상징적으로 그린 동요로 지금 기성세대들에게는 정서의 밑바닥에 깊이 자라잡고 있는 '잊힐 수 없는 노래'다.

우리 민족 고유의 서정과 애환을 담은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설날')도 그렇고, '따오기' '고드름' 등도 마찬가지다.

▲일제 수난기에 동요.동시를 통해 우리말과 글의 소중함을 일깨웠던 '반달 할아버지' 윤극영(尹克榮.1903~88)의 전집(전2권)이 출간돼 화제다.

그의 둘째 며느리인 이향지 시인이 엮고 현대문학사가 펴냈으며, 동요 188곡과 동시 142편을 비롯해 동화.소설.수필 등을 실어 그의 문학을 총체적으로 조명했다.

특히 이 전집은 우리 근대문학이 동요나 동시를 통해 형성.발전된 점을 실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련된 '현대문학' 5월호의 윤극영 특집은 동시 5편, 미발표 시 5편, 동화 1편을 싣고, 동심과 민족성의 동시 추구에서 시작되고 완성된 생애와 문학세계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동요를 통해 모국어의 빛을 비춘 〈샛별 등대〉'(유성호)로, 자전적 기록과 자료를 통해 동요의 전모를 살핌으로써 문학사적 의미와 성취를 짚어본 '노래가 길이 되어'(김상욱)로 재조명되고, 시혼을 불사른 생애가 증언(이향지)되고 있기도 하다.

오늘의 세태에 비춰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는 동요가 사라지고 있다.

어린이들의 '골목의 노래'들이 들리지 않고, 그 대신 대중가요나 댄스곡들이 불리게 마련이다.

어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세상은 동요보다 더 강력하고 빠르며 파괴적인 노래들이 어린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교육도 이를 방관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린이들에게 맑은 심성을 채워주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반달 할아버지'는 시공을 뛰어넘어 이를 일깨워주는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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