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업에 바쁜 서민들조차 대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450여 년간 영남의 문화와 교육.행정의 중심지였고, 조국 근대화의 중추적 역할을 한 곳이 바로 대구다.
일부에서는 개발독재 시대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보릿고개를 겪던 우리 경제가 오늘날 중진국 대열에 합류하는데 기여한 대구의 공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을 꿈꾸는 지금 우리사회는 개발경제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은 희미해져가고, 침몰해가는 지역경제의 암울한 현실 앞에서 대구는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과학기술기반의 첨단산업도시'. 21세기 지식기반 사회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제.산업구조를 갖출 수밖에 없다는 시대적 흐름을 간파한 대구의 선택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신산업도시들이 경기.충청권에 들어서고, 행정수도는 대전권 이전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물류도시도, 금융도시도 될 수 없는 대구로서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학기술기반의 첨단산업도시는 어떤 메커니즘을 이루어야 할까. 일류 과학기술자에서 기능인력에 이르기까지 수준별 우수인재를 양성해 산업계와 R&D(연구개발) 기관에 공급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지역사회의 활력을 유지해야 한다.
바로 자생적 지방화의 핵심인 산.학.연 협력체제가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행정구역상' 대구의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교육도시라지만 4년제 대학은 단 2곳 뿐이고, 오히려 이웃한 경산에 집중되어 있으며,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대학은 포항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젊은 인재를 붙잡아 둘 대기업 하나 없는 것이 또 대구다.
설사 연매출 1조~2조원을 달성하는 대기업 1, 2개 유치에 성공한다고 해도 250만 인구를 먹여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역시 지역사회의 기존 R&D 역량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한 '파편화된' 연구원으로 세워진다면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과학기술기반 첨단산업 도시 '대구'의 산.학.연 메커니즘은 경산.구미.포항 등 경북의 교육.산업.R&D 기반과 효과적 협력체제를 갖출 때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틀'이 완성되는 셈이다.
이 상생의 시스템은 수도권 '블랙홀'이라는 거대한 힘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경기의 발전이 서울의 위축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의 확장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구와 경북이 수도권 '블랙홀'에 대척점이 되는 또하나의 고품격 경제.생활권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알맹이는 다 빨려들어가고 껍데기만 남는 흉측한 몰골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대구가 상생의 도시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석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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