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잔인한 달이다.
어린이날이 있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중간고사를 치면서 5월을 시작하고 그것도 어린이날을 끼워 시험기간인 학교가 많다 보니 10대의 아이들에게 있어 잔인한 달은 엘리어트가 노래한 4월이 아니라 5월이 아닐까 한다.
중3인 집의 딸이나 고2인 학교 딸들이나 시험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마음은 편치 못하다.
하루 먼저 시험을 시작한 딸아이가 수학은 풀지 못한 문제가 많고 기술가정은 실수한 것이 많다며 속상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 시험은 다음 기회에도 있잖아. 시험은 못 쳤을지 몰라도 시험공부를 하는 동안 알게 된 것이 많잖아. 그리고 이미 친 시험에 대해 연연해하지 마. 에너지를 미래를 향해 집중시켜야지".
그래도 딸아이의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종례 시간에 서른다섯 명의 아이들 얼굴에 딸아이의 얼굴이 겹쳐 왔다.
내게 참으로 소중한 '학교 딸'인 서른다섯 명의 공주들.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고 힘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 끝에 생각한 것이 '바나나 머핀'이었다.
많은 양을 구울 때는 머핀 믹스를 이용하는 것이 실패하지 않는 비결. 하지만 슈퍼에서 파는 믹스만으로는 노~! 바나나를 넣어 더 부드럽고 맛있는 머핀을 만들어 선물해야지.
아, 나는 역시 '잔머리'의 대가. 어정쩡하게 낮잠을 세 시간이나 자고서는 밤 9시가 넘어 깨어난 작은 아이와 늦게까지 시험 공부하는 큰 아이를 함께 즐겁게 해줄 방법으로 새벽에 혼자 하려던 머핀 굽기를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아이와 함께 한 한밤의 머핀 굽기. 요리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작은 아이는 머핀 굽는 내내 '제가 해 볼 게요'를 연발하며 신나하고 공부에 지친 큰아이는 갓 구워 낸 따뜻한 머핀을 밤참으로 먹으며 행복해 했다.
100개나 굽느라 아이는 머핀 굽기 선수가 다 되었단다.
학교 아이들에게 작은 마음을 전하려다 집의 아이들까지 덤으로 즐겁고 행복해졌으니 이런 잔머리는 자주 굴려도 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줄 머핀을 챙겨두고 설거지거리를 잔뜩 쌓아둔 채 편지를 썼다.
편지야 자주 받는 것이니 그리 반가워하지도 않겠지만 작은 머핀 두개에 담은 마음을 전하겠다는 내 기분에 겨워 쓰기 시작한 편지는 자꾸만 길어졌다.
사랑하는 2학년 9반 공주들, 많이 먹어야 맛이겠니? 비록 작은 머핀 두 개지만 그 속에 담긴 엄마의 마음은 한없이 크단다.
사랑해.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
머핀 믹스 250g, 밀가루(중력분) 25g, 달걀 2개, 올리브유 70㎖, 우유 60㎖, 바나나 1개, 지름 6㎝ 머핀 컵 25개
◇만들기
①그릇에 달걀, 올리브유, 우유를 넣고 거품기로 젓는다.
②바나나는 으깬다.
이 때 마늘 빻는 절구를 이용하면 가장 좋다.
③①에 머핀 믹스, 밀가루, 으깬 바나나를 넣고 거품기로 젓는다.
바나나를 넣기 때문에 머핀 믹스에 적혀 있는 재료 외에 밀가루를 더 넣고 올리브유와 우유의 양도 늘렸다.
④머핀 컵에 8부 정도로 재료가 차도록 붓는다.
⑤200℃에서 16분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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