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간 이식 정철중군에 '청소년大賞'

입력 2004-05-04 14:01:54

"야구선수의 꿈은 포기하더라도 아버지의 건강은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3일 대구시가 주관하는 '청소년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철중(18.수성구 파동)군. 정군은 간경화를 앓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이식, 건강을 되찾게 한 사부곡(思父曲)의 주인공이다.

대구 모 중학교 야구코치이던 아버지 정재만(45)씨에게 말기 간경화 선고가 떨어진 것은 지난해 말. 10여년 전부터 회복과 악화를 반복해 오던 간경화가 심해져 안색이 검게 변하고 복수가 차 올라 중태에 빠지게 됐다.

건강상 이유로 3년전 야구코치를 그만둔 뒤에도 5t트럭을 몰며 재활용품수집 사업체 경영을 하며 몸을 혹사한 탓이었다.

간이식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병원의 진단. 그러나 아들이 장기제공자로 가장 적합하다는 말에 정씨는 차마 그 부탁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따라 야구선수의 꿈을 꾸던 아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던 것. "간 이식을 하면 프로야구 선수의 꿈은 접어야 한다는데 어떻게 그 말을 꺼낼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던 아들이 지난해 9월 운동이 적성에 맞지 않다며 대학 체육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야구를 하고 싶어 버스를 세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학교로 통학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고교까지 선수로 활동하며 프로선수 꿈을 꾸던 아들이었다.

어머니 백영미(45)씨는 "철중이가 친척에게서 아버지 병세를 듣고 간이식을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자는 지난 1월말 간이식을 위해 병상에 나란히 올랐다.

간의 65%를 잘라 이식하는 대수술은 14시간이나 걸렸다.

"간이식 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데 휠체어를 탄 철중이가 중환자실 밖에서 나를 보며 울고 있더군요. '나라면 부모에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2개월간 요양으로 부자는 빠르게 회복 중. 철중이는 두달에 한번씩 이식하고 남은 간의 회복상태를 진단받고 있으며 정씨도 가벼운 운동을 하며 병석에서 일어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철중군은 "아들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대학 체육학과로 진학해 못다 한 운동선수의 꿈을 이어가고 싶다"고 수줍게 말을 이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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