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실천 못하면 大權꿈 접어야

입력 2004-05-04 11:45:12

선거공약이 무슨 돌림병이듯이 여.야 대표의 상생(相生)회담, 경제살리기 구호도 4년주기의 돌림병임을 국민들은 안다.

다만 이번 17대 국회 개원을 앞둔 여야대표 회담은 '구시대 청산'을 상징하는 50대의 '신세대 정치회담'이란 점에서 "속는 셈치고 한번 더 믿어보자"는, 온 국민의 소망과 격려가 담겨있는 만남이다.

두사람이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어금니를 깨문 것 또한 국민적 의심의 눈초리가 강렬한 탓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동영-박근혜 두 사람은 이번에 실패하면 대권의 꿈을 접겠다는 자세로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두사람은 17대 총선에서의 '윈-윈(Win-Win)'으로 차기 대권주자의 명단에 선착(先着)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두 사람이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 정책대결의 페어플레이에 성공 못하면 누가 성공시킬 수 있겠는가.

실천의 의지를 돌덩이처럼 해주기 바란다.

대표 '합의'라는 표현을 굳이 버리고 '협약'이란 용어를 쓴만큼 '이후의 실무회담'에서 구체적 실천 각론이 착착 제시돼야 함은 당연하다.

국회안에 규제개혁특위를 만들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겠다는 것은 옳다.

윤리위와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외부인사를 기용해 자기혁신을 꾀하겠다는 것도 옳고, 일자리 창출 특위를 만들고 재래시장 살리겠다는 것도 구구절절히 옳다.

문제는 '후속타'다.

역대 영수회담의 밀월이 사흘을 못간 것은 실천의 후속타가 증발해버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오늘 아침 전국의 신문 1면은 두사람의 사진으로 도배질 했지만 우린 그 후속타에 낙관하지 않는다.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회담의 웃음소리에 뒤섞여 총리기용설의 '김혁규 딜레마'가 첫 암초로 등장해 있고, 남북관계의 접근방법.국가보안법.언론개혁 등의 시각차에서 불협화음 또한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과반수의 여당이 밀어붙이기의 유혹에 빠지거나 야당이 버티기로 일관하면 두사람의 '만남'은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 될터이다.

대권의 꿈을 접겠다는 의지를 두사람에게 요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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