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관객의 박수

입력 2004-05-03 09:04:41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서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야구나 축구 등의 스포츠와 연극이나 영화 등의 공연물은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정해진 각본이 없는 스포츠와 정해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드라마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스포츠 중계에서 흔히 나오는 말처럼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드라마는 스포츠처럼 보는 사람을 열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연극과 영화의 공통점이 아니라 연극과 스포츠의 공통점이다.

물론 그 이유는 현장성 때문이다.

이미 제작이 완료된 상태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되는 영화의 경우, 관객의 반응이 상영중인 영화의 내용이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극은 다르다.

오랜 연습기간을 거쳐 정해진 각본대로 만들어지는 연극은 막상 공연이 시작되어 막이 오르면 영화와 달리 매회 공연마다 새로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작품에 똑같은 배우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어제 공연과 오늘 공연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연극은 가수의 라이브 공연과 같다.

현장성이 강한 연극의 특성상 관객의 반응은 다시 작품에 반영이 될 수도 있다.

연극은 극장이라는 곳에서 영화와 동일한 방법으로 관객과 만나지만 영화와는 달리 관객의 눈앞에서 매회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은 스포츠 경기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우리가 연극을 볼 때 거침없는 박수와 적극적인 감정표현을 해야 하는 이유는 스포츠 경기에서 더 재미있게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 응원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객의 그러한 개입은 스포츠 경기의 응원처럼 배우에게 힘을 실어주고 공연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모두 모여 함께 박수를 치며 응원하던 지난 월드컵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관객의 박수는 연극의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작으면서도 큰 요소이다.

이것은 연극뿐만이 아니라 현장성을 지닌 모든 공연 및 문화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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