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명암...한쪽은 잔치, 한쪽은 체임

입력 2004-04-30 12:40:12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노동절). 모든 근로자들이 마음 편히 이 날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해 민주노총과 산하 대기업 노조의 위상이 달라졌지만 반면 다른 한쪽에선 체임과 실직으로 가슴에 피멍이 든 근로자들도 적지 않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근로자들의 명암을 살폈다.

□명(明)

"노동절은 우리 생일이잖습니까. 이날 하루 만큼은 푸근하게 즐기자는 뜻에서 잔치를 열었습니다".

조합원 1천400명의 금속노조 INI스틸 포항공장노조(지회장 최영민)는 1일 근로자의 날에 대구.경북지역 단위 노조로는 유일하게 자체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교대 근무자를 제외한 1천여명의 조합원과 가족들은 이날 오후 7시 포항 형산강 둔치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가한다. 이날 행사는 장기자랑과 가족 한마당 등으로 진행해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 행사를 위해 노조는 조합비로 마련한 등산복 등 선물을 준비했고, 회사측도 기념품과 행사비 일부를 지원했다.

또 백순환 금속산업노조연맹위원장과 김병일 민노총 경북본부장 등 민노총 지도부 외에 정장식 포항시장과 공원식 포항시의회 의장, 최관동 포항지방노동사무소장 등 지역 기관장들도 참여해 노사정간 화합을 다지기로 했다.

민주노총 산하 단위 노조의 대규모 노동절 자축행사는 포항에서는 처음 열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모범 노동자에 대한 시장, 의장, 노동사무소장 표창이 실시된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 이후 민노총 산하 노조의 위상변화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INI스틸 노조는 최근 포항 기계면 산불진화 과정에서 순직한 해군 6전단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금을 포항시를 통해 전달했으며 29일에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돕기 성금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

□암(暗)

하 모(25.영천시 금호읍)씨는 근로자의 날을 맞았지만 무덤덤하다. 그는 1일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밀린 임금을 1천여만원을 받기 위해 얼마 전까지 다녔던 경주의 한 업체를 방문해야 한다. '체불 노동자'들에게 근로자의 날은 오히려 '가슴에 못 박히는' 날이다.

포항, 경주 등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35개 사업장 455명에 체불 총액은 12억여원에 이른다. 이는 노동사무소에 정식 민원으로 제기된 액수여서 미신고 분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노동계는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새로 창업하거나 인력을 충원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반면 장기 불황으로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도와 휴.폐업이 늘고 체불 임금도 증가하고 있어 체불 노동자들의 가슴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회사 부도 이후 4개월째 실직 상태인 김모(40.포항시 죽도동)씨는 '전망없는 구직활동'과 임금.퇴직금 등 300여만원에 대한 '체불보전 활동'을 하느라 얼마남지 않은 생활비까지 모두 날리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그는 "다가오는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이 걱정"이라며 "근로자의 날에도 새 일자리를 찾아 고용안정센터에 나갈 것"이라고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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