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언-대통령 중임제가 능사 아니다

입력 2004-04-30 11:46:27

요즘 여야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4년 중임제를 심심찮게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의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는 이유로 5년 단임제는 임기가 짧아 소신껏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시기가 부족하고 다음 심판이 없어 무책임한 정치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또 레임덕 현상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5년이란 임기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닐 뿐 아니라 퇴임 후 무능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대통령은 아무도 없다.

일단 한번 재선되고 나면 다음 4년 동안은 레임덕 현상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또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의 임기 사이에 괴리가 있어 정치일정과 맞지 않다는 주장을 많이 한다.

아마 다같이 임기를 4년으로 맞춰 대선 직후 총선을 실시해 집권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야 국정이 안정된다는 논리가 개입한 모양이다.

그럴 바에야 의회 다수당이 집권하는 내각제로 개헌하면 그만이다.

차라리 국회의원 선거를 절반씩 2년마다 교대로 실시해 중간평가를 받게 하는 방법이 더 나을 것 같다.

야당이 다수당이라면 첫 2년 동안 초당적으로 정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여당에 표를 몰아주겠다는 경종도 줄 수 있고 여당이 다수당이라면 책임있는 국정을 이끌라는 채찍이 될 수 있다.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는 여당이 다수당이 될 수 있고 야당이 다수당이 될 수 있다.

다만 운영의 묘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문제이다.

현재의 당론에 무조건 따르는 천편일률적인 의회 운용보다는 광범위한 자유투표를 허용하면 해결된다.

만약 4년 중임제가 채택된다면 4년 후 재선을 겨냥, 단기적이고 임시 방편적인 정책만 남발할 것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을 감행한 이유 중 하나도 재선을 위해서는 무엇인가 보여야 된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대통령 중임제인 미국의 정치를 살펴보면 첫 임기 4년은 지루한 선거운동 과정 같다.

오히려 단임제가 훗날 평가를 받는 미래 지향적인 소신있는 정책을 펼치지 않겠는가. 중임제 아래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고 가정할 때 선거 패배는 현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을 의미하기 때문에 권력과 금권 등 온갖 수단이 동원돼 선거판이 어떻게 혼탁될지 모를 일이다.

대통령 단임제나 중임제는 그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문제로 국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현 제도의 장단점을 계승 발전시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장우(인터넷 투고)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