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함께살기-서구민상 박세진 할아버지

입력 2004-04-29 15:54:13

'청소년 상담과 야간방범 순찰활동, 장애인 봉사, 쓰레기 줍기…'.

28일 제14회 자랑스런 서구민상 수상자로 내정된 박세진(86) 할아버지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한 봉사활동으로 늘 하루가 부족하다.

경북 문경시 점촌 출신인 박 할아버지는 지난 1981년 대구에 정착한 뒤 1985년 경로당 회장직을 맡으면서 이웃돕기를 시작했다.

박 할아버지는 "경로당 회원들이 장기와 바둑 또는 화투 등으로 소일하며 무료하게 보내는 것을 보고 '나이 많은 노인들이 지역사회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회원들을 설득,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부터 할아버지는 20년 동안 경로당 1인1통장 갖기 운동, 초.중.고등학생 예절 및 한문교육, 거리 교통질서캠페인, 야간 방범순찰, 양로원 방문 등 각종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밖에 농촌일손 돕기운동과 북부정류장을 비롯, 주요 간선도로변과 이현공원 청소 등에도 앞장서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오고 있는 것.

하지만 "10여년 전 학교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초등학생이 사고를 당한 것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박 할아버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봉사는 '거리 교통질서 캠페인'. 조금만 신경을 쓰고 보살펴 줘도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것을 줄일 수 있기 때문.

몇 년 전까지도 매일 경로당 회원들과 함께 평리동 이현초등학교 입구 네거리에서 등하교시간 1시간30분씩 교통질서 캠페인을 펼쳐왔다.

박 할아버지는 지금도 봉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거절하는 법이 없다.

저축 자문위원이나 명예 새마을 지도위원, 명예 환경감시위원 등 이런 저런 감투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형식적으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남을 돕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지금은 경로당 노인 회장직만 맡고 있지만 봉사의 다짐만은 변함이 없다.

봉사활동만큼이나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대구시장상부터 한국은행 총재상을 비롯한 각종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인이라고 하면 흔히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되기 쉽지만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이런 생각이 많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박 할아버지는 "봉사는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상소식을 듣고 '구민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겸손해 하는 박 할아버지는 "이 나이에 누가 시킨다고 하겠는가. 재밌으니까 하는 거지"라며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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