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전남지사 한강에 투신 사망

입력 2004-04-29 13:31:38

병원가다 투신...검찰서 '건보비리' 조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 인

사 및 납품 관련 비리 연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오던 박태영(63) 전남지사가 29

일 낮 12시48분께 서울 반포대교에서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박 지사는 이날 부인 이숙희(58)씨의 개인 운전기사인 임청기(63)씨가 운전하는

자신 소유의 전남57다 2233호 오피러스 승용차를 타고 반포대교를 건너던 중 남단에

서 북단 방향 450m 지점에서 차를 세운 뒤 곧바로 한강에 뛰어들었다.

임씨는 "박 지사가 구토가 계속 난다고 해 반포동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동부이

촌동 자택 인근 금강아산병원으로 모시고 있었는데 박 지사가 갑자기 '머리가 어지

럽고 구토가 나려 한다. 바람을 좀 쐬고 싶으니 차를 잠깐 세워라'고 해 차를 세웠

더니 말릴 틈도 없이 다리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날 호텔에서 조찬 모임이 있다고 해 오전 8시께 자택을 나섰고 낮 12

시15분께 호텔을 출발해 병원으로 가던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박 지사는 이날 낮 12시55분께 임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용산경찰서 남

부지구대 소속 순찰차와 경비정 등에 의해 구조돼 곧바로 인근 한남동 순천향병원으

로 옮겼으나 후송 도중 숨을 거뒀다.

박 지사는 이날 오전 팔레스호텔 일식당에서 변호인 및 지인들과 만나 검찰 수

사에 대한 대책회의를 한 뒤 속이 불편해 아침과 점심 식사를 거른 채 병원으로 향

하던 중 갑자기 한강에 투신했다.

그러나 박 지사는 투신 직전까지 지인들은 물론 가족들에게 조차 자살하겠다는

내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옥 전라남도 민원실장은 "오늘 오전 7시30분께 박 지사를 모시고 자택을 나

서 8시께 호텔에 도착했는데 박 지사는 속이 메스껍다며 아침.점심을 다 못 드셨다"

며 "낮 12시15분께 같이 차를 타고 호텔을 출발하려 했는데 박 지사가 계속 구토를

하며 병원에 가야겠다고 해 나는 의료보험카드를 챙기기 위해 호텔 인근에서 먼저

내렸다"고 말했다.

또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에 왔다가 실신해 다시 집으로 옮겨진 부인 이씨의 한

친척도 "박 지사가 낮 12시 조금 넘어 이씨 휴대전화로 전화해 '속이 안 좋아 병원

에 들렀다 가겠다'고 했는데 곧이어 낮 12시30분~오후 1시 사이 운전기사에게 전화

가 와 사고가 났다는 걸 알게 됐다고 (이씨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박 지사의 대학 동창의 부인 강모씨도 "어제 밤에도 늦게까지 박 지사의 집에

있었는데 박 지사 표정이 굉장히 밝았고 친구들이 오히려 걱정하자 '괜찮다'고 했다

"면서 "내색을 전혀 안해 부인도 (이런 일이 생기리라곤) 상상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내색도 없었고 반포대교는 집에 오는 길목에 있는 곳이어서 우발적으로

그런 게 아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전남 광주에서 상경, 호텔에서 박 지사를 만난 이개호 전라남도 자치

행정국장은 "낮 12시쯤 변호인과 면담을 끝낸 박 지사를 만났으나 별다른 얘긴 없었

고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면서 "지사님께 '힘내시라'고 위로했고 곧 호텔을 출발했

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박 지사에 대한 검시 결과 박 지사의 입 안에선 이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구토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옷이나 차에서도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일단 부검은 필요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검사 지휘를 받아야 시신을 광주로 옮기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2000~2001년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인사.납품 관련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서 지난 이틀간 자정 무렵까지 조사를 받았으며 이날

오후 검찰에 출두, 사흘째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연합뉴스)

사진 :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박태영 전남지사가 지난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 및 납품 비리로 서울남부지검에서 소환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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