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연찬회서 당 쇄신 · 정체성 논란
한나라당은 29일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를 열어 당의 이념적 좌표설정과 지도체제 개편 방향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특히 당 선대위원장을 역임한 박세일(朴世逸) 당선자가 당 해체를 통한 재창당을 요구, 파장을 낳았다.
◇재창당 논란=박 당선자는 이날 '정치개혁과 한나라당의 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한나라당을 법률적으로 해산(청산)하고 전면적으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자"고 주장했다.
부패.수구 이미지가 덧칠된 당을 환골탈태시키기 위해선 내달 안으로 한나라당 간판을 내리고 원내정당을 표방, 원내대표가 당의 실질적인 얼굴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당선자는 "당의 법률적 해산을 위해 청산위원회를 구성하는 동시에 창당준비위를 발족, 17대 교섭단체 등록과 함께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법률적 단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6월 전당대회에서 당명과 강령을 새롭게 바꾸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에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제2창당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당의 법통을 단절하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제2창당론의 원조격인 강재섭(姜在涉) 의원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 의원은 "당명과 정강정책을 시대정신에 맞춰 고쳐야지 청산까지 가서야 되겠냐"면서 "개발세력과 민주화 세력 중에서 건전세력이 나서 균형을 잡아야지 청산(해산)할 단계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문수(金文洙) 의원도 "공당이 선거만 하면 이름이 바뀌는 것은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다"면서 "논의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뀌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책임질 것은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 정체성 논란=박근혜(朴槿惠) 대표와 당내 소장파 및 영남중진 의원들간 이념논쟁이 뜨거웠다.
원희룡.남경필.권영세 의원 등 개혁파 그룹들은 "당 이념과 노선을 개혁.중도 보수로 '좌향좌'해서 국가보안법, 대북정책 등 기존 당론과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한나라당의 현재 위치가 너무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며 "이를 인정하면서 오른쪽 위치에서 조금 왼쪽으로, 즉 중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구, 냉전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6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들에게서는 눈길조차 받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영남권 중진 의원들과 수도권 3선 그룹은 "한나라당이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기 위해선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며 '우향우'를 고수했다.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전세계가 탈이념화인데 좌향좌, 우향우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지역 재선의 한 의원은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붕괴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당의 정체성까지 훼손시켜선 안된다"면서 "실용노선을 표방하면서 정통 보수 지지층을 아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사진 :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연찬회에서 참석자들이 박근혜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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