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재래시장인 칠성시장과 경북대학교 사이에 있는 대현2동은 예전에 감나무가 많이 있어 감나무골이라 불렸던 동네다.
6.25 피란민들이 신천이 가까이 흐르는 감나무골에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마을주민들은 인근 재래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고, 일용직 노동자, 영세하청업체, 저소득 맞벌이 부부들도 많이 살고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의 비율도 다른 동네에 비해 높은 편이다.
감나무골 중앙에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공중수도와 공중화장실이 있을 만큼 열악한 환경의 달동네였다.
작년에 일차적인 철거작업과 함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랫동안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오신 동네 주민들 중 많은 이들은 재개발로 더 나은 주거 환경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아랫동네, 주변동네 작은 셋방으로 옮겨야 하는 고충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곳 감나무골에는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가난을 나누며 재능과 물질을 나누는 그래서 세상을, 인간을 아름답게 하고자 이 지역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그것도 이웃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서 오는 힘을 깨닫고 그들을 섬기는 겸손함을 지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감나무골 공동체' 회원들이다.
이들의 활동은 벌써 13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달동네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필요한 탁아방, 공부방, 무료한방진료, 무료법률상담, 청소년자원봉사자학교, 독거노인 밑반찬 나눠드리기 등 지역의 가난한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고, 얼마 전에는 상설매장인 생명가게를 열어 참다운 나눔과 섬김의 삶을 통해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우며 지역 주민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나눈다는 것, 참으로 쉽지는 않은 것이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나눌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부유해진다.
그리고 나눔의 삶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가진 몫을 기꺼이 내어놓을 수 있는 마음, 자기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고 삶의 의지를 새롭게 할 수 있다.
스스로 가난을 택해 참다운 이웃으로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감나무골 공동체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길 빌어본다.
임종필(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소담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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