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위대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찬양한다'. 어느 극작가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새로움을 추구하며, 또한 갈구한다.
그러기에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인간의 가장 오랜 요구에 응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지난 16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펼쳐진 창작뮤지컬 '동화세탁소'에서 남녀 주인공 '진석'과 '안젤라'역을 맡았던 고봉조(24)·이지영(24)씨는 새로운 인물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이들 동갑내기 스타의 등장을 반갑게 맞았다.
"너무 어리둥절했지요. 비중 있는 역으로는 데뷔 무대였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이런 희열 때문에 연극 무대에 서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지요". 몇 차례 단역으로 잠깐동안 연극 무대에 얼굴을 비춘 것을 제외하면 고씨에게는 이번이 첫 무대다.
이씨도 어찌 보면 이번이 첫 데뷔작이란다.
"지난해 연극 '동화세탁소'에서 지금과 같은 역을 했었지요. 하지만 그땐 연극을 했다고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이 첫 무대지요".
창작뮤지컬이라는 모험을 감행한 대구시립극단으로서는 또 다른 모험적인 파격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제 자신에 대해 너무 실망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무대에서 죽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출연진이 꾸려졌는데도 연락이 안 와서 얼마나 슬프던지". 그녀는 출연진이 구성되고 한달 뒤에야 합류할 수 있었다.
우울, 발랄, 순수 등 다양한 성격이 복합된 캐릭터인 안젤라 역은 기성 연극인도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역할이어서 캐스팅에 고심했다는 후문.
고씨는 한 수 더 뜬다.
첫 데뷔작에 너무 큰 역할이 주어진 것. "그동안 잠깐 잠깐씩 얼굴을 내비쳤던 역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어요. 전공이 음악이어서 노래는 자신 있었지만 엄청난 대사량에다 처음 춰보는 춤까지. 처음엔 감당이 안 됐지요". 주연 배우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뮤지컬의 특성이 성악을 전공한 그에게는 행운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순간 그들의 재능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에 수준급의 노래와 춤 실력, 그리고 무대를 꽉 채울 듯한 열정까지….
"공연하기까지 100일 동안 매일 9시간씩 맹연습을 했어요. 모든 배우들이 한번쯤은 몸살을 앓았을 정도였으니까. 또 이름만 들어도 대단한 선배들과 긴 시간을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어 너무 좋았지요". "매일 하루 9시간이나 연습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느냐"고 되묻자 그들은 "사실 너무 힘들어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며 "공연이 끝난 뒤 허탈함보다 홀가분함을 더 느꼈을 정도였다"고 했다.
1979년, 양띠생으로 동갑내기란 점도 이들이 좋은 연기를 펼치는데 큰 도움이 됐단다.
서로의 연기 호흡을 맞추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 "동갑인데다 신인이라는 같은 처지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서로의 연기에 대해 좋지 않은 얘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 더 좋았지요".
"사랑하는 조국 또는 여인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치는 영웅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고씨는 "앞으로도 계속 연극 무대에 남고 싶다"고 했다.
개성 있고 선이 굵은 연기를 펼치는 탤런트 오지명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씨는 표독스러운 '팜므파탈'(악녀) 역할에 관심이 많단다.
2004년, 대구 연극계 새로운 별로 떠오른 이들의 연기 행보가 기대된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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