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3선들 "박근혜 독주 막아라"

입력 2004-04-23 13:36:02

일부서 '집단지도체제 전환' 제기

"단일지도체제냐 집단지도체제냐".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 내에서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 대표는 차기 대권도전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논란은 새 대표를 겨냥한 '권력투쟁'의 성격을 띤다.

권력투쟁의 칼은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 3선 그룹이 뽑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잠재적 대선 후보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물들이다.

김 의원은 22일 "당내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 근거로 과거 이회창(李會昌) 총재 시절과 같은 1인 지도체제는 당 운영의 경직성을 가져올 수 있고 야당에 요구되는 순발력있는 위기대응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홍 의원도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다.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없는 데다 대권을 향한 (박 대표의) 일방적 독주는 곤란하기 때문에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 위에 이들이 구상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의 모습은 전대에서 5, 6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고 이중 최다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을 맡는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이 과정에서 박 대표가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뽑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에는 대권가도를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박 대표의 행보에 대한 위기감이 묻어난다.

결국 집단지도체제 도입이라는 것도 박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 당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의 노선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소장파들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집단지도체제 개편 주장은 박근혜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 체제 복귀 시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권영세(權寧世),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도 "지도체제 개편문제를 논의해볼 수는 있지만 지금은 당의 노선이나 정체성 문제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논의는 뒤로 미뤄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는 '토론을 통해 이 방법(집단지도체제)이 좋겠다고 많은 분들이 찬성하면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고 말해 지도체제 개편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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