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라이어'

입력 2004-04-22 08:56:01

23일 개봉하는 영화 '라이어'(김경형 감독)는 출연진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주진모와 탁월한 개인기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공형진이 영화의 투톱을 이루고, 독특한 개성의 손현주와 애드립의 달인 임현식까지 가세했다.

게다가 지난해 인터넷 소설로 520만 명을 불러모은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연출한 김경형 감독이 그림을 그렸으니 말이다.

코미디 영화에 이보다 확실한 보증수표가 어디 있겠는가.

이번에도 감독은 영국의 연극 'Run for Your Wife'를 손질해 스크린으로 옮겨 놓았다.

원작이 주는 힘일지는 몰라도 영화는 별다른 에피소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짜임새 있게 전개된다.

'라이어'는 영화제목 대로 '거짓말쟁이'가 주인공이다.

그것도 두 명의 아내를 오가며 1년 동안이나 두 집 살림을 차린 택시 운전기사 만철(주진모)의 이야기다.

행복 두 배의 생활을 하며 영원히 들키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그는 우연히 흉악범을 잡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그로 인해 몰려든 기자들 때문에 그의 이중생활이 탄로 날 위기에 처한다.

여기에 친구 상구(공형진)까지 이 사실을 눈치채면서, 그들이 둘러대기 시작한 거짓말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는데….

영화의 플롯은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역시 영화는 감독 놀음일까. 지난해 상반기 최고의 흥행 감독의 솜씨는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만철의 거짓말이 어떻게 끝을 맺을까 상상하며 일종의 스릴까지 느끼게 했으니.

하지만 이 영화의 문제점은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기인한다.

현실감이 떨어지다 보니 영화에 등장하는 거짓말의 수준도 황당하기만 하다.

초등학생들도 속이지 못할 정도의 거짓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 배우들은 잘도 속아넘어가니. 이러한 설득력 없는 상황들은 결국 임현식, 손현주, 공형진이라는 뛰어난 코미디 배우들을 쓰고도 그들의 진가를 끌어내지 못하게 만든 느낌이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이들의 얼키고설킨 거짓말들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데 충분하다.

상영시간 115분. 18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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