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사이언스 코리아

입력 2004-04-21 09:04:23

21일은 제37회 '과학의 날'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과학의 날이고 또한 과학의 달 행사도 예년같이 다양하게 펼쳐지겠지만 금년에는 좀 더 새로운 감회가 있다.

4.15총선에서 과학기술계 인사가 다른 총선 때에 비해 많이 국회에 진출한 것이다.

물론 제 17대 전체 의석수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이지만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사실 그 동안 정치와 경제논리에 눌려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는 항상 뒷전으로 밀렸었다.

그러기에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의 눈에는 과학기술계가 너무나 무기력하게 보였고 사회의 존경이나 생활의 안정을 보장받지 못하는 분야로 간주되어 이공계 기피현상까지 초래됐다.

정부의 정책 결정자나 정치인들은 항상 말로는 한국이 마(魔)의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벗어나 2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IT, BT, NT 등 첨단기술이 발달해야 하고 이들이 융합하여 부를 창출하는 산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선진국에 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산업체의 연구개발투자가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NATO(No Action Talking Only)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는가 말이다.

우리는 이번 과학의 날을 맞아 좀 더 그 의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학의 날 행사의 유래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민족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말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던 시절 우리민족의 장래를 염려하는 선각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야만 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1934년 4월 19일 찰스 다윈의 서거일을 기해 '과학데이'를 선포한 것이다.

'과학데이'를 처음 제안한 분은 김용관(1897~1967)선생으로 경성공전 요업과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신지식인이었다.

그는 조국을 근대화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1924년 발명학회를 설립했다.

또 1933년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잡지인 '과학조선'을 창간하고 새로운 과학 계몽운동을 전개했으며 1934년 2월 28일에는 발명학회 인사들을 중심으로 31명의 저명인사들이 서울 중앙 기독청년회관에 모여 4월 19일을 '과학데이'로 정했던 것이다.

마침내 4월 19일 오후 8시 중앙기독교청년회관에서 800여명의 시민과 유력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 1회 기념식이 거행되어 밤 늦도록 대중 과학강연이 이어졌다.

제1회 '과학데이'는 우리민족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그 후 여운형, 송진우, 김성수, 김활란 등 사회지도자 100여명이 참여한 '과학지식보급회'가 결성되어 '과학조선'을 인수하고 지방순회 강연회 등 우리나라 과학 대중화 운동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일제는 이 과학화 운동이 독립운동과 연계된다는 것을 알고 1937년부터 과학데이 행사를 옥외에서 개최하지 못하게 했으며, 1938년에는 제5회 과학데이를 추진하던 김용관 선생을 체포하여 옥에 가두고 과학지식보급회도 해체시켰다.

이로써 민족 해방운동의 일환으로 우리 민족이 펼쳤던 과학대중화 운동인 과학데이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외쳤던 '생활의 과학화! 과학의 생활화!' '우리의 모든 생활방법을 과학적으로 개선하자!' '다같이 손잡고 과학조선을 건설하기 위하여 분기하자!' 등의 구호에는 아직도 설득력이 있다.

오늘날의 '과학의 날' 기념행사는 1968년 4월 21일 과학기술부 설치 1주년을 맞아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과학의 날에는 '사이언스 코리아' 선포식이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모두의 관심과 이해를 증진하고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범사회적 과학문화 운동인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에는 경제.산업.문화.예술.교육.언론.여성.종교.과학기술계 등 사회 각 분야가 모두 참여하게 된다.

과학 이벤트, 과학 흥미유발 프로그램, 국민참여 프로그램, 지역주민체험 프로그램, 네트워크 구축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핵심사업을 펼쳐 나갈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 모두의 호응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과학기술 관련 지식은 일부 지식층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수학이나 물리, 화학, 생물 등 기초 과학은 배우기 어렵다고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3D로 여기는 사람마저 있다.

최근에 와서 언론매체들도 과학기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과학기술 지식을 국민에게 보급하고 한국의 경제부흥과 국민의 웰빙 성취에 과학기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언론이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한다.

아울러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부각시켜 과학기술이 인류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윤리도덕면을 함께 강조해 주기를 바란다.

제37회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 마인드의 확산과 함께 윤리도덕이 제고되는 국민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박찬모(포항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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