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집권2기'가 '청와대는 국정안정',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담당하는 역할분담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과 정 의장은 '상생'을 선택한 듯하다.
공천으로 제 사람 심기와 노풍(老風)에 대한 후폭풍으로 총선의 승패와 상관없이 흔들릴 듯하던 정동영(鄭東泳) 의장 체제가 급속 안정을 찾고 있는 데서 '상생'의 징후가 감지된다.
당내에 공천 책임과 지도부 사퇴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노 대통령과 정 의장의 회동에서 이미 당정운영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 대통령이 정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정 의장이 청와대를 받쳐주는 구도다.
주목할 대목은 우선 정 의장이 줄곧 노 대통령 구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연일 탄핵철회를 주장하고 탄핵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회담을 제의한 것이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에 맡겨야 한다는 게 의원 당선자 등 국민의 대체적인 여론이지만 정 의장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당선자대회에서도 정 의장은 탄핵 철회와 성공한 대통령을 강조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책임있는 여당 마인드를 갖고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을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며 "국민은 대통령을 탄핵한 야당의 정치적 행위가 (총선으로) 잘못됐음을 판정한 만큼 대통령은 조속히 대통령직에 복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의장의 잠재적 경쟁자인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와 김혁규(金爀珪) 상임중앙위원도 그에게 힘실어 주기에 바쁘다.
김 대표는 이날 대회에서 "선거 막바지에 정말로 어려운 결단을 해 정치적 희생을 한 정동영 의장께도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고 제의해 환호를 이끌어 냈다.
'노풍'으로 최대 타격을 받은 영남지역 담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 위원도 "당 의장이 된후 당을 일으켜 세운 정 의장의 역할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정동영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지난 주말 대구.경북 출마자와 만나 (반발 움직임을) 평정했다"는 말도 했다.
이같은 정 의장 힘실어주기는 우리당이 원내 과반을 얻어 총선에서 승리한 마당에 당권 경쟁에 돌입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심(盧心)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노 대통령이 정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정 의장은 대통령을 떠받치는 '상생'이 17대 개원 이후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관심사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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