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맞이하여 손발에 못을 박고 십자가에 매달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재현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성자의 가르침을 받들고 그분을 닮으려는 소망의 간절함이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성자는 우리 가까이에 계셨지만 우리가 몰라보았거나 그 가르침을 받드는 데 게을렀는지도 모른다.
지난 해에는 유난히도 큰 스님들이 많이 돌아가셨다.
서암, 청화, 서옹 큰 스님의 임종 보도를 연이어 대할 때마다 좀 더 그분들께 가까이 가서 가르침을 얻지 못한 게으름과 어리석음을 통탄했다.
청화 큰 스님이 남겨주신 임종게를 잊을 수 없다.
'이 세상 저 세상을, 가고 오는 것 상관하지 않지만, 받은 은혜 천계처럼 크나큰데, 갚은 은혜 실개울 같이 작으니 그것이 한스럽네.(此世他世間 去來不相關 蒙恩大千界 報恩恨細澗)'. 중생들에게 큰 은혜를 베푸신 분이 오히려 중생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크다고 말씀하시고 보답 못한 것을 한탄하신 겸허함은 어디서 왔을까? 스님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몸소 빨래하고 밥을 지었다고 한다.
불자나 제자들에게도 말을 함부로 낮추지 않았고 손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지극한 배려를 하셨다고 한다.
스님은 남이 나에게 좋은 것을 주지 않고 나쁜 짓을 하는 것도 크나큰 은혜라고 가르쳐주셨다.
주위 모든 존재들이 다 나의 은인이니 내가 어찌 겸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때리고 꾸짖고 모욕하는 경책만이 고승의 징표는 아니며 아픈 충격만이 깨달음의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날카로운 양 극단이 서로를 죽이는 기회만 노리는 살벌한 시절, 양쪽을 어루만져주며 상생의 길로 인도해주는 큰 어른이 우리에게 있는가? 너그러움과 중도(中道)의 미덕으로써 중생들을 이끌어주신 청화 큰 스님의 품이 그래서 더욱 그리운 것이리라. 돈오돈수와 돈오점수, 화두선과 위빠사나, 부처님과 예수님조차도 근본의 울림으로 이어주신 큰 스님의 목소리는 이제 책을 통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
큰 스님의 제자들이 '가장 행복한 공부'(시공사 펴냄), '정통선의 향훈'(성륜각 펴냄) 등으로 큰 스님의 법문을 청아하게 복원해주었다.
이 강옥 영남대 교수.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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