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신문의 날을 기념해 여기자 체험 한번 해보지 그래!"
신문사 선배의 느닷없는 제안에 기자는 내심 당황스러웠다.
좋은 기획이지 않겠느냐는 선배의 의견에 "재미있겠다"며 맞장구는 쳤지만 기자가 직접 해보라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변신한 모델을 취재하는 일에는 능숙해도 직접 모델이 되자니 쑥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신문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하지 못하랴!
지난해 10월 14일 이인숙씨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3명의 주부가 참여한 '변신, 아줌마!'는 평범한 가정주부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켜 화장, 코디 등 주부들이 자신을 꾸미는 법을 안내해 주자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참가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이 코너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보수적인 지역사회 분위기에서 신문에 사진을 내려고 하는 주부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담당 기자로서 주부들의 열렬한 호응이 놀랍기만 했다.
신문사로 날아오는 많은 사연들, 변신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 하는 주부와 그 가족들, 아내 또는 엄마의 참가를 바라며 애타는 심정으로 신문사로 몇 번이나 전화를 하는 남편.딸 등의 반응을 보면서 단순히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사진 액자 선물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약간은 얼떨떨해 하면서도 진지하게 참가하며 그 속에서 행복에 겨워하는 주부들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무엇이 이들에게 기쁜 웃음을 안겨주게 만드는 것일까?
'변신, 아줌마!' 기자 체험을 하게 됐다고 말하니 우선 집에서부터 반응이 달랐다.
"푹 잘 잤나?" "몇 시에 촬영하는데?" 맞벌이를 한다고 여유있게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틈도 별로 없던 남편이 촬영 당일 아침부터 관심을 보였다.
시어머니도 "여기자, 봄바람났나?"하고 웃으시며 촬영 잘 하라고 하셨다.
사실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막상 모델이 되고 보니 약간은 떨리면서 설레는 마음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9년 전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곤 처음으로 입게 되는 드레스. 청초한 신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으니 우아한 귀부인(?)의 모습으로 변신하기로 했다.
3시간 정도 걸린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 그동안 변신한 주부들의 모습을 많이 봤지만 기자도 자신의 모습이 이렇게 변하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2시간 정도 걸린 사진 촬영까지 최고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매달리는 스태프진들. 기자가 마치 '여왕'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게 바로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 아닐까.
세 아이를 둔 37세의 주부. 기자도 집에 가면 밀려있는 집안 일, 세 아이와 씨름해야 하는 생활에 지친 평범한 주부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과연 주부가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은 하루에 얼마나 될까. 주부가 다른 이들로부터 대접을 받는 시간이 있기라도 한 걸까. 사실 주부에게는 희생과 봉사라는 말이 더 익숙한 것 같다.
자식을 돌보고 남편을 위하고 부모를 모셔야 하는 주부. 자신보다는 자식과 남편을 위해 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참모습은 어떤 것이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어쩌면 대다수 주부의 삶이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주부들은 하나같이 '변신, 아줌마!' 참가를 계기로 '자신'을 찾고 싶다고 한 모양이다.
지금은 나이가 들고 몸매도 망가졌지만 한때는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자신. 남편과 자식에게 다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는 이들이 많았다.
사랑하는 가족 앞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하고픈 주부의 마음. 가족치료 전문가인 최선남 교수(영남이공대 아동복지과)는 "변신, 아줌마 코너가 주부들이 긍정적으로 자아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될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가족 특히 자식에 기대 사는 주부들. 그런데 그 자식이 자라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면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지게 되는 많은 주부들이 자신의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을 찾으려는 변신의 모티브를 제공하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주부들, 또 아내를 적극 추천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보수적.권위적인 가족의 모습도 서서히 변화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진행.스태프진:메이크업.코디.의상 협찬-윤지은(윤 토탈코디네이션 대표), 헤어-손연숙(명가미용실 원장), 사진-김종활(에이원 스튜디오 실장), 액자-현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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