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권결의안 '기권' 재고해야

입력 2004-04-12 11:37:35

유럽연합(EU)이 오는 15일 제60차 유엔인권위에 내놓을 대(對) 북한 인권결의안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결의안은 기존의 특별인권보고관 외에 고문.식량문제 특별보고관을 추가로 임명해 분야별 인권침해 사실을 조사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인권이라는 걸림돌을 극복하지 않고는 경제개선 등의 국가 목표 추진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참여정부는 또 다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해 결의안 표결 불참에 이어 '기권'을 정부 방침으로 확정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의문사 진상규명위 등을 통해 국내인권에 대해서는 진취적 시각을 보이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계속 입을 닫고 있는 셈이다.

진보정권의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결정을 내리며 정부는 어떤 배경설명도 하지 않았다.

총선이 눈앞이고, 비판을 자초할 문제를 공연히 떠벌릴 필요가 없다는 계산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의무위반일뿐더러 나라를 대표하는 정부로서는 너무 옹색하다.

대북정책의 비전을 드러내지 못한 채 뭔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표결 불참에서 기권으로 한 걸음 진전한 것 아니냐"는 정부 설명은 기괴하게 느껴진다.

양자의 실질적 차이가 무엇이란 말인가.

참여정부는 인도적 대북 지원에 상응하는 대북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원 따로, 인권 따로'는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 된다.

"결의안 찬성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남북화해와 평화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은 근시안적이다.

남북평화의 기본전제는 인권존중이다.

북한의 인권개선이 한반도의 안보개선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유엔 인권위 결의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는 것은 북한 주민에 대한 우리의 당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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