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동전' 선정 낙준이 내달 5일 수술증서

입력 2004-04-10 11:41:23

"이번 어린이날의 소원은 아픈 제 몸과 누나 몸을 수술받는 거예요. 그러나 수술비가 많이 필요하다는데…". 시각장애 1급인 백낙준(11.대구 수성구 지산동) 어린이는 '만성신부전증'이라는 선고를 3개월 전에 받았다.

어릴 때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눈에 익숙해지지 않아 힘든 일이 많은데, 혈액투석까지 몇달째 받다보니 어린 낙준이에게는 너무 힘겨운 나날이다.

다행히 엄마의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1천여만원이라는 수술비는 낙준이 가족에게는 상상하기도 힘든 금액. 이런 낙준이의 소원을 들어줄 '봄날의 산타'가 찾아왔다. 사회복지단체인 월드비전 대구.경북지부가 대구시 교육청과 공동으로 펼치는 '제12회 기아체험 사랑의 동전 모으기' 수혜자로 뽑혔다는 반가운 전화가 9일 걸려온 것이다.

사랑의 동전 모으기는 참가를 희망한 대구시내 119개 초.중학교 학생.학부모들에게 10만개의 '사랑의 빵 저금통'을 전달, 저금통에 모인 돈으로 절박한 처지에 놓인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자는 행사.

월드비전측은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 181명을 최근 선정했는데 이들중 낙준이를 첫 수혜자로 뽑았다. 신장이식 수술은 올 가을에나 가능하지만 5월 어린이 날에 약속의 징표로 수술 증서를 받게 된다.

엄마 정상하(36)씨는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을 텐데…"라며 고마워했고, 낙준이도 "빨리 병이 나아 온천에 가고싶다"고 했다.

낙준이 가족에게 그동안의 삶은 길고도 어두운 터널이었다. 낙준이네에 어둠이 내린 것은 5년전. 어릴적부터 결핵을 앓던 큰 누나(15.중3)가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았다. 누나는 지난해에는 망막색소변경에 따른 '리부시시 신경증'이란 판정까지 받아 시야장애 4급 장애인이 됐다.

그러다 낙준이마저 누나처럼 '만성신부전증'에 걸린 사실이 밝혀졌다. 1학년 때부터 눈이 침침하다고 칭얼대면서도 잘 뛰어 놀기만 했는데 지금은 30m앞도 희뿌옇게 보인다.

급기야 지난 1월에는 만성신부전증까지 드러나 복막투석수술을 받았고, 최근에는 병세가 더 악화돼 하루 5번씩 4~6시간 간격으로 혈액투석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

여기에다 아빠(42)마저 조그만 가게를 열었다가 영업이 안돼 문을 닫은 데다 엄마도 아이들의 병 수발을 드느라 할인점의 계산대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올해 초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두 아이의 약값, 주사비, 수술비로 수천만원이 나갔다.

월드비전 대구.경북지부 도귀화 후원개발팀장은 "이달 말까지 완료되는 이번 행사에서 거둔 수익금 중 30%는 교육청의 '난치병 아동돕기'에, 나머지는 '어린이날 소원 들어주기'에 쓰일 것"이라며 "학생들과 학부모,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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