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신화 왜 끝낼 수 없나

입력 2004-04-10 09:34:13

벽돌로 하늘 높이 피라미드형으로 쌓아올렸다는 '바벨탑'. 비록 바벨론의 바벨탑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인류는 또다른 바벨탑을 만들었거나, 지금도 쌓아가고 있다. 하늘을 찌를듯한 마천루, 자연을 극복하거나 이용한 댐과 다리, 바다밑을 뚫은 해저터널 등 '놀라운' 건축물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담긴 이들 건축물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세계적으로 저명한 건축가, 토목기사, 건축사가, 예술사가 28명이 쓴 '우리 세계의 70가지 경이로운 건축물'은 건축물을 통해 본 인류의 역사다.

기원후 500년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빼어난 건축물 70가지를 설계도와 단면도, 사진 및 사료를 바탕으로 자세히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의문과 일화들을 얘기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명소'인 성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고딕 양식에 현대적인 양식을 절묘하게 결합해 보는 사람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가우디는 자신의 독특한 상상력을 구현하려 이 건축물에 평생 매달렸고, 개개의 형상들을 엄격한 논리적 추론에 입각해 배치했다. 예를 들어 해가 뜨는 동쪽 파사드(출입구가 있는 정면)는 예수 탄생을 의미하고, 해가 지는 서쪽 파사드는 예수의 수난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1882년에 착공한 이 건물이 아직도 '건축중'이라는 사실이다. 1891년 가우디가 이어받아 지금까지 공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성가족 성당은 예수 탄생 부분의 4개의 탑과 지하 예배당만 공사시작 100년 만인 지난 1982년에 완공됐고, 나머지 모두 완성하려면 아직 100년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인도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아내 뭄타즈 마할을 위해 지은 타지마할은 '마우솔레움' 즉, 커다랗고 화려한 무덤이다. 이 곳에 사용된 대리석은 400㎞ 이상 떨어진 지방에서 소가 끄는 수레로 운반됐으며, 완공까지 2만명의 노동력이 동원됐다.

1632년에 시작해 15년만에 완공된 이 건축물은 무굴 시대의 이상적인 건축 원칙을 잘 보여준다. 특히 엄밀한 기하학적 기준, 대칭적 구도, 엄격한 위계질서의 부여, 세련된 장식 등은 타지마할을 천국의 정원에 있을법한 저택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비운의 건축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1973년 완공될 당시 쌍둥이빌딩은 세계 최대 높이(417m)를 자랑했다. 이 110층짜리 빌딩은 엄청난 규모 이외에도 토대, 구조적 지지 체계, 승강기 배열 등 현대 건축사에 있어 중요한 혁신기술을 낳았다.

무역센터 빌딩은 2001년 9월 11일 두 대의 비행기와 충돌한 뒤 한 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았다. 저자들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을 섭씨 1천900도 이상의 열을 뿜어낸 화재에서 찾고 있다. 고열로 인해 바닥이 지지력을 잃기 시작했고 이는 연쇄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밖에 기울어지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피사의 사탑을 비롯해 성 베드로 대성당, 베르사유 궁전, 중국의 자금성과 싼샤댐,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 궁전, 스위스의 융프라우 철도 등 '경이로운' 건축물을 다루고 있다. 건축물의 구상에서부터 설계, 건축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이 책을 읽다보면 건물을 짓는 인간의 솜씨와 창의성에 고개가 숙여지지만 최대, 최고만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속성에 대한 아쉬움도 뒤따른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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