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대표 "울고 싶다"

입력 2004-04-09 14:00:31

최근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계속되는 발품팔이 선거운동에도 한자리수 지지도는 움직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탄핵책임을 묻는 총선연대가 낙선자 대상으로 포함,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족들에 대해 인간적인 미안함이 가슴에 밀려드는 상황에서 대구시민들이 따뜻하게 전하는 마음을 확인한 그로서는 더 이상 포기하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조 대표는 8일 본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인간적인 괴로움을 호소했다. 부인 김금지씨를 비롯한 1남1녀의 가족들이 모두 대구에 내려와 자신의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끼니도 못 챙겨 먹는 상황을 보고 '가장이 가족들을 편하게 해줘야 하는데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조 대표는 외지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수성구민들 때문에 좀처럼 포기할 수도 없다. 주민들은 골목에서 먼 발치에서라도 손을 흔들어주고 길에서는 운전자들이 경음기를 울려 환영해 준다. 조 대표는 "대구가 더 이상 객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조 대표는 대구시민들의 보수성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는 '내 고장 사람만 국회의원 시키지 말고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내 고장 사람으로 만들 줄 아는 대구시민이 됐으면...' 하는 말을 털어놨다. '대구가 결심하면 대한민국이 움직인다'는 슬로건이 약발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있는 것도 안타까와 했다.

한나라당 독식현상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지역정서에 의한 시민들의 선택에는 뭐라 할 수 없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3당 의원들이 모두 중앙에 진출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죽기보다 싫어했던 열린우리당 후보들까지 당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역 경제발전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 조 대표는 "국회의원 한 번도 못한 사람도 있는데 5선까지 했으면 많이 했다. 다만 대구를 위해 할 일이 조금 남아 있다고 생각돼 내려 왔는데 그 뜻이 묻혀질까 안타깝다"고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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