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장님! 너무 고맙습니다.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입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속죄해서 눈보다 더 하얀 사람으로 거듭 나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저에게 인생의 항로를 인도해 주셨고, 무사히 항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
칠곡경찰서 조사계 박경희(30.여) 경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모(34.여)씨. 박 경장이 최씨를 처음 만난 것은 2년전 칠곡경찰서 조사계에서. 농촌 총각 결혼사기 혐의로 붙잡혀온 수배자와 조사를 맡은 형사로 만났다.
곧 석방됐던 최씨는 1년반 만에 다시 박 경장과 마주쳤다.
역시 사기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다.
"두번째 만났을 때는 너무 괘씸했습니다.
결혼해서 잘 살라고 그렇게 당부하고 마음도 써 줬는데. 다시 경찰서에서 마주치게 되니 그저 한심스럽고 밉더군요".
박 경장은 최씨를 불우한 삶을 살아온 비련의 여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불행했던 유년시절, 그리고 성인이 돼서는 10여년전 임신 4개월 당시에 큰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뱃속의 자식을 잃고 남편과도 사별했다는 것. 그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자신도 6개월 가까이 병원생활을 하면서 수차례 수술을 받는 환자 신세였다.
가족과 가정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그녀는 자신의 불행에 치를 떨면서 자포자기의 심경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주는 죄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던 사이 그녀는 어느 새 결혼사기 및 차용사기 사기전과 3범이 돼 있었고, 작년 7월 수배자로 숨어다니던 중 경찰에 붙잡혀 박 경장에게 넘겨졌다.
'이번에 붙잡히면 막다른 골목'이라는 생각에 최씨는 끝까지 범죄사실을 부인하며 변명에 급급했지만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돼 유치장에 수감됐다.
박 경장은 의지할 곳도 없어 불안에 떨고 있는 최씨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주기로 결심했다.
진심으로 최씨를 대하면서 인생 상담자 역할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최씨는 3개월동안의 구치소 수감생활에서 새 삶을 살기로 작정했고, 그 은혜를 고스란히 박 경장에게 돌렸다.
박 경장은 "최씨의 편지는 자신의 불행한 인생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다짐"이라고 풀이했다.
계명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98년 경찰에 투신한 뒤 수사계통에만 근무해 온 박 경장은 남편(성주경찰서 근무)과의 사이에 갓난 아기를 둔 주부 경찰관. "경찰이 된 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박 경장의 사연을 뒤늦게 주위에 전해지면서 풋풋한 감동을 주고 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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