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합동연설회 폐지-"후보자 얼굴도 몰라요"

입력 2004-04-08 11:35:15

선거전이 중반을 넘고 있으나 유권자들의 후보자 검증은 여전히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선거법 개정으로 정당연설회와 합동연설회가 폐지되면서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 서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었다.

후보자가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발로 뛰는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녀도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유권자수는 평균 50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후보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대구 서구에 출마한 후보자의 한 참모는 "산악회나 친목회 등 소위 단체손님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루 700명, 그렇지 않으면 500명을 만날 수 있는 것이 고작"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공식선거일 15일동안 열심히 발품을 팔아도 만날 수 있는 유권자는 각 지역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체 유권자의 1%에도 못미친다는 결론이다.

이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후보자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경북의 영양.영덕.봉화.울진과 같이 여러지역이 한데묶인 통합선거구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선거구가 워낙 넓어 후보자들이 이동하는 데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며, 이렇게 어렵게 이동해도 인구밀도가 낮아 정작 만날 수 있는 후보자들은 몇명 안된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후보자 얼굴을 볼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TV토론회도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들이 특별한 이유없이 불참하는가 하면 준비부족으로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맥빠진 토론회가 되기 일쑤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1일의 매일신문.TBC 공동주최의 경주 토론회와 6일의 달서을 토론회. 경주 토론회는 후보자들이 준비부족과 자질미달을 여실히 보여줬으며 달서을 토론회 역시 한나라당 이해봉(李海鳳) 후보와 열린우리당 권형우(權亨宇) 후보가 뚜렷한 이유없이 불참, 토론회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9일로 예정된 대구MBC의 달성군 토론회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전국 순회일정 때문에 불참할 것으로 보여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방영시간의 심야 편성으로 시청률까지 급락하고 있다.

매일신문.TBC 공동주회 토론회의 경우 지난 4일의 달서병 토론회만 5.4%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대부분 1%를 넘지 못했다.

6일 시작된 대구MBC와 KBS대구총국의 토론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또 선거전이 '탄풍(彈風)', '박풍(朴風)', '노풍(老風)' 등 온갖 바람으로 정당간 대결 양상을 띠면서 인물대결이 실종되고 있는 것도 후보자 검증을 어렵게하는 큰 요인이다.

이런 양상이 선거전 종반까지 지속될 경우 이번 선거는 결국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만이 판단기준으로 작용하면서 '묻지마'식 투표가 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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