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핀 벛꽃이 때아닌 꽃샘추위와 잦은 봄비로 만개도 하기 전 떨어져 바닥에 꽃 융단을 만들더니 그나마 바람에 흩날려 버린다. 꽃으로 시작된 춘정은 각 지역마다 축제의 꽹과리를 울리게 만들어 4,5월은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봄꽃이야 지금 어느 곳에 가도 지천으로 널려 있고 꽃 축제가 열리는 곳에는 꽃구경이 아닌 사람구경이 되기 십상이다.
이럴땐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기며 한나절만에 다녀올 수 있는 대구 인근 성주군을 둘러보자. 비교적 덜 알려진 유적지와 볼 만한 곳도 제법 있어 오히려 조용한 여행이 될 수 있다.
◇한개마을
마을 앞에 2개의 하천이 합류해 큰 내로 흐른다 해 '한개'로 불리는 한개마을은 성산 이씨의 5백년이 넘는 집성촌이다. 마을은 봄철 진달래로 유명한 높이 325m의 영취산(靈鷲山)이 좌청룡 우백호로 뻗어 있고 서남쪽으로 백천(白川)을 바라보는 좋은 형국에 자리잡고 있다.
69호로 구성된 이 마을은 모두가 보존 한옥으로 지정돼 돌담과 고택들에서 예스런 멋과 분위기를 담뿍 느낄 수 있다.
조선 영조 때 사도세자의 호위무관으로 끝까지 절의를 지킨 이석문, 조선 말의 유학자 이진상 등 이름난 선비가 많이 나온 이 마을에는, 제실 5동과 이석문이 사도세자를 그리는 마음에 북쪽으로 사립문을 냈다는 북비고택, 이진상이 학문을 갈고 닦던 한주종택 등 도지정 문화재 건축물 5채, 20세기 초 목조건축의 면모를 보여주는 월곡댁,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내력을 지닌 교리댁 등의 민속자료가 있다.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한 마을입구는 두갈래로 나뉜다. 왼쪽으로 오르면 대감댁이라 불리는 북비고택이 나타난다. 사도세자의 훈련원 주부 이석문이 터전을 잡은 곳이다. 사도세자 참사 후 조선영조 50년(1774년)에 세자를 사모하여 북향으로 사립문(북비)을 두고 평생 은거한 충절이 깃든 곳이다. 현재 종손인 이수학(74)씨 내외가 대감댁을 지키고 있다.
고택을 둘러보다 만난 이씨는 굳이 사랑채로 불러 차를 한잔 권한다. 북비고택 옆에는 교리댁, 월항댁, 하회댁, 한주종택 등 전통가옥이 집중 배치되어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현재의 한개마을이 월봉공 이정현의 자손들이 사는 곳임을 상징하는 월봉정, 시원한 사랑채를 가진 경승당 등이 있다. 인심이 좋아 어느 집이든 정중히 인사를 하면 친절히 설명해주는 넉넉함을 만날 수 있다.
◇세종대왕 왕자 태실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태봉정상에 위치한 이곳은 세종 20년(1438)에서 세종 24년(1442)사이에 수양대군을 비롯한 세종의 적서 18왕자와 왕손 단종의 태를 안장한 곳이다. 전국에 산재한 태실지 가운데 최대규모인 이곳은 화강암으로 된 지상의 석실 속에 백자로 만든 태호(항아리)가 들어있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19기의 태실을 두었으나 수양대군이 단종을 축출한 뒤 이를 반대한 수양의 동생 금성대군, 배다른 한남군, 영풍군, 그 사건에 무고로 연좌된 회의군 및 계유정란에 죽은 동생 안평대군의 태 등은 세조 3년(1457년) 산아래로 파던져 졌으나, 1975년 흩어진 묘단석을 찾아 복원했다. 비석들이 하나같이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세조 때 예조판서 홍윤성이 세조의 태가 이곳에 묻혀 있음을 알리는 비를 세웠는데, 세조의 잘못을 미워한 백성들이 비석에 오물을 퍼붓고, 돌로 갈아서 지금은 거의 글자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선석사
선석사는 세종대왕의 왕자태실이 있는 태봉에서 약 200m 밑에 위치하고 있다. 이 절은 처음 신광사라 하여 신라때 유명한 의상대사가 692년(효소왕 1년) 전국에 10개의 절을 지을 때에 지은 것으로 그때는 지금의 자리가 아닌 서쪽편에 자리잡았다.
고려 말엽 나옹대사가 1361년(고려 공민왕 10년) 신광사의 주지가 돼 절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나옹대사가 새로 절터를 잡고 터를 닦는데 큰 바위가 나왔다하여 절이름을 선석사라 고쳤다. 지금도 대웅전 앞뜰에 묻힌 채 그 머리 부분만 땅위로 내밀고 있다. 세종대왕 왕자태실의 수호사찰이기도 한 선석사는 큰 가람은 아니지만 절입구 노송과 오래된 벚꽃나무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조용한 곳이다.
◇가는길
대구에서 성주가는 30번국도를 타고 가다 신부교차로에서 왜관방면 33번 국도로 4km쯤 가다보면 굉장히 큰 버드나무가 한개마을 입구에 있다. 입구에는 안내소가 있는데 평일에는 외국어 통역 안내자가,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문화유산 해설가가 상주하면서 친절한 안내를 해 준다. 한개마을에서 성주읍쪽 김천,초전방향으로 가다가 현대주유소 삼거리 왼쪽에 선석사와 태실로 가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성주 참외축제
성주하면 참외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수백년동안 성주지역의 흥망성세를 같이 한 역사의 상징물로 귀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한 성주읍 성밖숲. 성주읍을 휘감은 이천내를 따라 400∼500년된 왕버들 59그루가 숲을 이루고, 성주출신 대중가수인 백년설씨의 노래비를 비롯한 각종 기념조형물, 잔디광장.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 있는 이곳에서 오는 5월 2일부터 5일까지 '제1회 성주참외축제'가 열린다.
이번 축제는 전국 참외생산량의 51%를 생산하고 있는 성주 참외의 홍보와 지역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4일동안 지역민과 외지인들이 함께 모여 한바탕 신명나는 벌이는 잔치로 올해 처음 시작된다.
축제기간에는 성주참외아가씨 선발대회, 참외품평회, 참외장사 씨름대회, 참외 마라톤대회 등 각종 대회가 열리고 성주가요제, 도자기만들기, 농경문화 체험 등 각종 체험 및 전시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오는 2일 오전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국 제일의 성주참외 명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온 '참외 품평회'가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승깎기대회'가 열리고 3시부터 9시까지는 성주참외 홍보의 최일선에 설 '성주 참외아가씨 선발대회' 예선과 본선이 열린다.
3일에는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성주참외장사 씨름대회'가,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실제 결혼대상자를 선정해 전통 혼례식을 재현하고 거리퍼레이드를 벌이는 '성주문화제'가 열린다. 저녁 7시부터는 덧배기 장단에 신명나는 '막걸리 축제' 행사가 이어진다.
4일 10시부터는 건강걷기 시범과 교육을 한 후 군민이 함께 5km 구간을 걷는 '군민 한마음 건강축제'가 시작된다. 12시부터 오후 1시 반까지는 결혼 60주년을 맞는 주민 부부 10쌍을 초청해서 회혼례를 올려주는 '군민의례 잔치마당'이 이어지고 저녁 7시부터는 국악과 양악의 크로스오버 공연이 열리는 '국악과 양악과의 만남' 주제공연이 펼쳐져 성밖숲이 한바탕 신명나는 잔치장이 된다.
어린이 날인 5일에는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제기차기, 굴렁쇠놀이등 20여종의 놀이 마당과 글짓기, 그림그리기 등의 문화마당과 환경보호 한마당이 어우러지는 '어린이날 한마당 축제'가 열리고 10시부터는 2, 5, 10km, 하프코스의 '제1회 성주참외 전국 하프 마라톤 대회'가 성주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려 참외 내음 가득한 성주군 일대를 달리게 된다.
저녁 7시부터는 인기가수 초청공연을 하는 식전행사와 성주 최고의 가수를 뽑는 '성주가요제'가 열려 성주 참외축제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성밖숲 밤하늘을 수놓게 된다.
종묘회사의 품종별 참외를 평가를 하는 '참외품종회사 평가회'는 3일부터 5일간 계속된다.
이밖에 성주참외 무료시식회와 참외를 이용한 음료수, 참외 장아찌, 참외아이스크림, 참외시루떡 등 참외를 응용한 요리와 다양한 먹을거리 체험코너가 행사기간 내내 운영되고 개관 1주년을 맞는 성주 문화예술회관에서는 풍물, 사물놀이와 어린이 뮤지컬, 인형극, 문화관광사진공모전, 청소년 어울마당이 펼쳐진다.
이번 축제에는 저렴한 가격에 참외 구입도 가능하다. 성주군 일대 노변에 있는 성주참외 가판대는 외지 참외이므로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게 좋다.
사진·글: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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