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바람과 영롱한 햇살, 그리고 갖가지 꽃들의 색깔 잔치….
춘심(春心)이 솟다 못해 요동친다.
괜스레 일상을 박차고 나가 드넓은 자연과 깊숙이 내통(內通)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요즘 어디를 가든 길손의 여정(旅情)을 자극하지 않겠냐마는 동해 바닷가 영덕.울진은 지금 대게 잔치가 한창이다.
내지에선 좀체 경험하기 힘든 색다른 봄향내가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게들로 들썩이는 울진과 영덕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맘 때면 잡히는게 다 '게'라 할 정도로 항구는 만선의 기쁨으로 주절주절하는 흥얼거림이 가득하다.
부둣가마다 사람 팔둑의 갑절은 족히 되는 대게들로 꽉 찬다.
방파제 너머에 희뿌옇게 고여 있던 빛이 한껏 밝아지면 부둣가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대게들로 시끌벅적해진다.
순식간에 동해 바닷가 자그마한 부두들은 '게판'이 된다.
4열 5행. 족히 여단급은 됨직한 대게들이 차례로 뽈록한 배를 드러낸다.
아침볕에 익어 불그스레한 빛을 띠는 모습이 참으로 싱그럽다.
입안 가득 군침이 도는건 당연지사. 특유의 달짝지근한 향이 비릿한 바다내음과 버무려져 입맛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유유히 날던 갈매기마저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주위를 맴돈다.
잡혀온 게 몇 놈은 오동통한 집게발을 꼼지락거리며 새하얀 거품을 내뿜는다.
어부들과 장사꾼들의 얼굴엔 흡족한 미소가 가득하다.
"제법 실한 놈들이 들어왔구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으면 좋제".
해마다 11월말부터 이듬해 5월말까지가 대게 철이다.
먹을거리가 풍성하면 당연히 축제가 뒤따르는 법. 그래서 대게축제는 해마다 봄에 열리고 4월이 그 절정이다.
대게 원조논쟁이 불붙어 서로 앙금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이웃 울진군과 영덕군이 대게축제를 잇따라 열었거나 연다.
같은 바다, 그것도 바로 아랫물 윗물 하는 바다에서 대게가 사는데 뭘 그리 원조논쟁까지 붙어야만 하는지 원….
울진군은 지난 3일부터 사흘간 후포항에서 다섯번째 '울진 대게축제'를 열었다.
곧이어 영덕군이 오는 16일부터 사흘간 강구항에서 일곱번째 영덕 대게축제를 마련한다.
잘 생긴 대게를 보려면 이 4월이 제 격이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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