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회를 반영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도 한다.
새로운 말들을 보면 전문어도 있고 우스갯말도 있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그들만의 특이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빠져들어 특정 문자들을 무작위로 만들어내고 있다.
영어.한자어.일본어까지 합세한 말들은 반말도 존대어도 아닌 '일그러진 기형언어'들이 주류다.
철자법이나 띄어쓰기, 받침마저 무시한 '합성 기호'들이 우리 언어의 정연한 질서를 마구잡이로 파헤치는가 하면, 온라인의 익명성에 기댄 채 언어 폭력.한글 파괴 등으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따돌리는 형국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비속어.유행어.욕설은 있고, 때와 장소에 따라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문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지난해 범죄나 성 관련 단어들을 '금칙어'로 분류, 이를 이용한 카페 개설.검색을 금지해 왔다.
포털사이트들도 네티즌들의 은어.속어 등을 금칙어로 관리해 왔다.
그러나 독버섯 같은 새 변칙어들을 통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요즘 포털사이트에 금칙어를 교묘하게 바꾼 변칙어들이 활개를 치는 모양이다.
금칙어는 범죄에 악용되는 사이트 개설을 막기 위해 검색이 불가능하게 만든 키워드다.
하지만 이를 피한 변칙 키워드로 회원들을 모으는 불법 카페들이 범람, 당국이 통제하기엔 힘이 턱없이 미치지 않는 형편이다.
유해하다고 판단되면 금칙어로 등록해도 네티즌들이 만드는 변칙어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카페 이름 검색에서 '자살'을 입력할 경우 검색이 되지 않지만, 'ㅈ ㅏ살'로 검색하면 'ㅈ ㅏ살어때'라는 회원 다수의 카페가 검색되는 식이다.
어떤 포털들은 '호스트빠'를 줄인 '호빠'까지 금칙어로 관리해도 '정빠(정통 호스트빠)'나 '디빠(DJ 호스트빠)'로 들어가면 수십, 수백 개의 관련 카페가 나온다.
또 '원조교제'를 피해 '원조'에 '원조 십자수' 등 순수한 의미의 카페보다 '묻지마 원나잇' 등 원조교제 관련 카페들이 수없이 검색된다고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이제 심리전의 핵심 병기라 할 수 있을 만큼 위력이 커졌다.
총선을 앞두고 사이버공간에서의 욕설과 비방, 터무니없는 인신공격들이 도를 넘어서고 있기도 하다.
무책임한 각종 공방전이 우리 사회를 뿌리째 뒤흔드는 감마저 없지 않다.
시궁창 같은 오물언어들이 넘쳐나고, 변칙어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말은 옥구슬처럼 영롱할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시궁창의 오물처럼 더럽고 추악해져버린다.
한 민족은 그 민족의 언어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말을 새삼 되새겨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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