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外로 빠지는 국민의 '피와 땀'

입력 2004-04-06 13:53:59

우려했던 산업 '공동화(空洞化)'의 부작용이 마침내 우리 경제의 안방을 헤집고 있다.

첨단산업, 고부가산업의 환영(幻影)에 매달려 전통 제조업을 등한시한 업보를 벌써부터 받고 있는 것이다.

한 때, 기업은 저임금.저비용의 달콤한 해외 기지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이 마치 최선의 선택인양 여겨졌다.

그러나 열매도 따먹기 전에 우리는 그 부작용의 '부메랑'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해있다.

한마디로 '자업자득'이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그룹이 지난해 국내에서는 대졸신입사원 6천700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중국에서는 9천명을 신규 채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동구권이나 미주지역까지 합치면 국내보다 갑절에 가까운 1만명을 해외에서 뽑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주객이 바뀌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LG전자.현대.기아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제조업 공동화 부작용은 이미 심각하게 제기돼왔는데 이렇게 본말이 전도될 때까지 당국과 업계는 뒷짐을 지고 있었단 말인가. 국내에서는 실업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희망을 잃고 살고있는데 전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해 놓은 한국 기업이 이제 그 과실(果實)을 외국 땅에다 뿌리고 있다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전국적으로 종업원 300명 이상 대형 공장이 이틀에 1개꼴로 없어지고 매년 6만3천개의 일자리가 날아가고 있다.

물론 원인은 높은 인건비와 경직된 노사관계, 불투명한 국내 기업환경으로 인해 기업이 국내 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은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 주체로서의 사회적 기능도 중시돼야한다.

정부는 당연히 '기업 도피'를 막을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기업도 국가와 국민 없이는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일단 국내에서부터 문제 해결을 찾아야한다.

국내 산업 '진공상태'에서 소득 2만 달러의 원동력을 얻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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