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매년 엄청난 예산을 들여 도심에 나무를 꾸준히 심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부러운 건 예산이 아니라 녹화에 대한 관심입니다".
전임 대구시장 때의 일화다.
시장과 각 국장이 참석하는 아침 회의 때 6급 녹지담당을 반드시 참관시켰다고 한다.
전날의 녹화사업 진행과정을 매일 체크했다는 것이다.
하루는 녹지담당이 구두를 신고 갔더니 "산에 다니려면 그 복장으로 되겠어? 내가 허락할테니 등산화를 신고 출근하시오"했다는 일화도 있다.
대구시가 나무를 많이 심어 여름철 대구 온도가 1℃가량 떨어졌다고 흥분한 적이 한때 있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여하튼 녹지를 많이 조성한 덕에 대구는 전국 녹지담당 공무원들의 견학 코스가 됐다.
요즈음 대구시의 녹화정책은 어떠한 처지인가? 나무심기 예산은 2년째 줄어들고,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한 녹지전문가는 시의 녹지 실정(失政)에 대해 속내를 털어놨다.
"시장님은 '이만하면 (녹지조성이) 충분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녹지 담당 공무원이나 학자들은 이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대구의 1인당 녹지면적이 9.3㎡로 법적 기준(6㎡)을 넘어섰지만 서울의 녹지량에 비할 바가 못되고, 팔공산, 앞산, 비슬산 등 시 외곽의 녹지를 제외하면 나무를 심어야 할 곳이 지천으로 깔렸다는 것. 그나마 중구, 서구, 북구는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법적 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임업직 공무원이 맡던 팔공산 공원관리 소장직이 일반직으로 교체됐고, 각 구에도 임업 담당 공무원이 전공 자리에서 밀려나 있다.
부산만 해도 본청.사업소내 임업직 공무원이 122명이나 되고 녹지사업소도 두고 있지만, 대구는 임업직 98명에 별도의 녹지 전담 사업소가 없다.
지난 1997년 애써 마련한 도시녹화위원회도 2년째 놀고 있다.
관심이 없으니 할 일을 만들지 않고, 예산이 없으니 또다시 현재 수준에 만족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예산 투입 대비 성과를 따진다면 도심에 나무 심는 것만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또 있을까요? 시장님 10년 후를 내다봐 주세요".
사회1부.최병고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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