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공교육 회생, 현장의 교사들이 나서자

입력 2004-04-06 09:21:16

몇 해 전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 기억한다.

젊은 교육부 장관이 연로한 교장선생을 공식 석상에서 질타했다는 내용이다.

아마 그 교장선생은 수명대로 사시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존심과 긍지로 사는 선생으로서 존재 이유가 일순간에 무너져 내렸을 것이기에 말이다.

그 당시만 해도 선생이 개혁의 대상이 되어 정년 단축 등 많은 서러움을 겪었다.

다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공교육 경쟁력 확보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 현장 바깥에서 많은 방법론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도 교사들이 상황에 떠밀려서 또다시 개혁의 대상이 되는 잘못을 범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공교육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바깥에서의 담론 못지 않게 교육 현장에서의 정신적, 제도적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일지라도 교사들의 적극적 동참과 실천적 의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적 뒷받침과 교사의 적극적 참여가 합쳐질 때 경쟁력 확보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교육 현장의 혁신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만연한 냉소주의를 청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 너희들끼리 잘 해보라는 방관적 태도, 그런 제도와 방법으로는 절대로 안된다는 패배적 태도, 무사안일에 푹 젖어있다.

의욕을 갖고 일하고 싶어도 주변의 냉소적 분위기 때문에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푸념한다.

하루 속히 버려야 할 것들이다.

자동차 수리를 하기 위해서 애프터 서비스센터에 가보았을 것이다.

수리 후 기능사들은 고장의 원인과 대책을 서류로 작성해 회사에 제출한다.

그들은 현장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한다.

회사 또한 제안된 사안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현장에서 활용하고 그 결과에 대해 보상한다.

학교도 이렇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제안자에게는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도 마땅히 주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교육부에서는 선생의 업무 경감을 위해서 행정업무 담당자를 증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일도 학교의 조직을 약간만 개편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의 조직은 교장, 교감, 부장, 평교사로 단선적 구조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은 가르치는 일 외에 교무행정업무와 담임업무이다.

가르치며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교사와 가르치며 담임업무만을 담당하는 교사로 구분해 이원화하면 교사의 업무가 많이 줄어들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결재 라인만 해도 그렇다.

학생의 재학 증명서 발급의 경우 교무부장과 교감의 결재까지 얻어야 한다.

학생의 재학 여부는 담임선생이 가장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러면 재학 증명서는 담임의 전결로 끝내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는가. 조금만 생각하면 수없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교사들의 머리속에서 사장되지 않고 잘 수렴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와 분위기를 경영자는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혁신해 나가야 한다.

경쟁력 확보 없이는 우리의 설 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조병근(송현여고 교사)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