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속죄 행보'...동화사 사죄 九拜

입력 2004-04-05 11:58:42

노인회 임원 간담회 "노인문제 더 관심"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4일 '노인폄하 발언' 논란의 진원지인 대구를 방문, '말 실수' 파문을 딛고 총선 정국의 전환점으로 삼기위해 조심스런 지역 민생행보에 나섰다.

그의 민생행보가 조심스러웠던 까닭은 그의 말실수로 대구.경북의 표심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지지도에 영향을 줬고 후보자들 조차도 정 의장을 맹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당 대구 수성갑 윤덕홍 후보는 정 의장의 실수가 보도되자 즉시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며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노인 인구가 많은 경북지역의 반발은 더욱 심했다.

영주에 출마한 이영탁 후보는 "살아있는 시대의 공헌자들에 대한 결례이며 모독에 가깝다"며 엄중항의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대구시 노인회 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번 발언이 정치인으로서 경솔했던 것으로 느껴져 책임이 무겁고 깊이 반성한다"며 "이번 일로 어르신 사회의 문제점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노인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고 몸을 낮췄다.

"정 의장 발언을 상당히 오해했고 또 화가 났었다"는 노인회 인사들의 꾸지람에 대해서도 "어르신들의 소외된 목소리를 복지정책으로 잘 다듬어서 열린우리당이 노인 복지정책을 정말 잘하는구나 하고 느끼시도록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어 동화사로 간 정 의장 일행은 '속죄'의 뜻으로 대웅전에서 구배(九拜)를 올린 뒤 지성 주지스님에게 "최근에 닥친 고통을 밑거름 삼아 새출발의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지성 스님은 "팔공산이 기가 세서 정기를 받으면 모두 잘 풀리더라"고 덕담을 건넨뒤 "서로를 긍정하고 협조해야 '길'이 있으며 열린 마음으로 국민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오후에는 시민운동장 앞에서 북을의 조인호 후보 유세차에 올라 시민들에게 연설했다.

달서갑 김준곤 후보, 달서병 박선아 후보 지원유세도 가졌다.

정 의장은 "오늘 어르신들에게 맘 아프게 해서 죄송하다고 하니까 어르신들도 용서 할테니 맘 잡고 새 출발하라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정치란 재래시장을 살리는 것", "LPG 특소세가 너무 높아서 택시 기사들이 아우성칠 때 그것을 가지고 씨름하는 게 정치", "청년에 일자리를 주고, 희망을 주는 게 정치", "민생에 파고들어 민생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는 게 정치"라며 경제 문제에 유세의 초점을 맞췄다.

특히 그는 "위기 앞에 응집력을 보여준 대구시민의 저력을 믿는다"며 "대구.경북시민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겠다"고 말해 시민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사진 :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4일 대구 동화사 대웅전에서 박영선 대변인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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