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바퀴 불똥으로 산불...법정 공방

입력 2004-04-05 11:59:15

열차 바퀴의 스파크로 발생한 산불로 벌거숭이가 된 피해지역이 주민들과 철도청의 법정 공방으로 인해 4년째 복구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 2000년 4월12일 경주시 안강읍 청령리 새각단 마을을 지나던 화물열차가 바퀴에서 불티가 튀면서 철로변으로 떨어졌고 불은 순식간에 마을 뒷산으로 옮겨붙어 사유림 3.5ha와 소나무.잣나무.밤나무 수만 그루를 태웠다.

산불 피해지역은 공씨, 박씨, 김씨 등 3개 성씨의 문중 임야로 박모씨의 집 한 채가 불에 탔고, 이웃 집의 부속건물 3채도 반소됐다.

또 박씨 소유의 한우 3마리가 폐사했으며, 김모씨는 양봉 52통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철도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 열차 바퀴의 스파크로 인한 산불이라는 결론이 나오자 1차로 주택과 가축 피해 이재민들에게 최고 1억원 이상 피해를 보상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15~20년생 잣나무, 밤나무, 소나무 수만 그루에 대한 보상을 철도청에 요구했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 2002년초 철도청을 상대로 30억원을 보상하라는 소송(부산지법 계류 중)을 제기했다.

산불 피해지역은 경주에서 포항을 잇는 동해남부선 철로변으로 4년째 방치한 탓에 주변 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경주시는 산불이 난 이듬해인 2001년 1월 조림대상지로 선정하고 정부보조사업비로 조림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철도청이 피해 임목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 한 조림에 응할 수 없다"며 4년째 조림사업을 거부하고 있다.

경주시 손문익 신림과장은 "산불 피해지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토양미생물의 소멸로 묘목 활착률이 크게 떨어진다"며 "매년 조림대상지로 선정하지만 주민들이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구해 조림사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문중 유사인 공재명(73.경주시 안강읍 청령리)씨는 "발화 원인이 명백한데도 철도청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판을 미루는 바람에 재판 비용만해도 엄청나다"며 "조상묘를 모두 불태우고도 조림에 동의하지 못하는 자손들의 마음은 더 답답하다"고 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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