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산업단지가 일궈낸 수출 200억달러 가운데 80% 이상이 휴대전화, PDP TV, TFT-LCD 등을 생산하는 IT업체의 몫이어서 어떤 면에서는 위기감과 씁쓸함이 남는다.
구미공단에는 이들 업체 외에도 섬유를 비롯한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이번에 구미공단이 이룩한 수출 신기원의 '들러리'에 불과한가.
섬유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은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신제품 개발로 대반전을 꿈꾸고 있다.
◆ 급전직하하는 섬유업
이름난 섬유업체라도 안을 들여다보면 잘 다듬어진 공원 같은 외부 분위기와는 딴 판이다.
후텁지근한데다 기계 돌아가는 소음으로 시끄럽기 일쑤다.
제일모직 구미공장안은 실을 뽑아 염색하고 소재를 짜서 검사하는 곳까지 일관 작업이 되고 있다.
잘 정돈된 공장은 옛날 노동집약적인 섬유공장과는 달리 기계를 점검하는 직원들이 간혹 눈에 보일 뿐이다.
그러나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전자공장, 휴대전화 공장과는 작업환경이 사뭇 다르다.
구미공단에서 섬유는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업종별 수출에서 최우위를 지켰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전기.전자.반도체에 밀렸고, 최근에는 석유화학에도 뒤져 수출 4위로 내려 앉았다.
구미공단 입주업체 692개사 가운데 섬유업체는 116개사로 17%를 차지하고, 지난해 1조6천606억원어치를 생산하여 8억9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섬유는 전체 수출액의 3.6%, 부동의 1위인 전기전자 수출액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섬유수출의 비중은 지난 71년 42.0%를 정점으로 80년 29.3%, 90년 22.7%, 2000년 10.9% 등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지난해는 9.7%로 떨어졌다.
구미공단의 섬유수출 비중(3.6%)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다.
이처럼 구미공단에서 섬유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저가의류를 중심으로 섬유시장을 잠식하면서 의류 수출이 급격하게 줄었고, 고유가에 따른 원가부담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은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 더이상 물러설 곳 없다
지난 1999년부터 5년동안 대구시가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약6천8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으나 그 효과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곽공순 구미상의 부장은 "원사를 만들거나 이를 이용해 원단을 만드는 경북지역 섬유업계가 밀라노프로젝트로 인한 받은 혜택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13개 화섬업체 중 구미공단에 소재한 새한과 동국무역은 워크아웃, 코스닥 등록기업인 한국합섬도 최근 완전 자본잠식으로 주식 매매가 중단된 상태다.
구미공단의 섬유의 대표기업으로 불리는 효성과 코오롱마저 지난해부터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이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 제품 설비로 교체해 나가지 않으면 공멸(共滅)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
이대론 무너질 수 없다.
구미공단 섬유업계는 앞으로 300억달러 수출 역사를 새로 쓰고, 그 금자탑을 다시 쌓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세계 일류 제품 속속 선정
제일모직은 앞으로 기존 직물과 패션사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전략을 세웠다.
직물 생산규모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에 제품의 고기술.고부가치화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급 복지인 '란스미어' 개발과 대나무 콩 등 천연성분이 함유된 기능성 제품 생산으로 패션업계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코오롱은 장장 40년이나 된 나일론 설비를 폐기 처분하고 이 자리에 월 600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라인을 신설했다.
벌써 올 초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나일론 설비는 하루 생산량이 190t에서 130t 규모로 줄어드는 대신에 스판덱스 설비는 하루 7t에서 27t으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연간 생산능력도 기존 경산공장(연간 3천t)과 합쳐 연간 1만t 정도로 증가한다.
새한도 섬유부문에서 고부가가치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미 산업자원부로부터 폴리에스테르 난연섬유, 충전용 고벌키성 중공섬유, 신축성 양면 인조세무직물, 폴리레이온 신축성 직물 등 4개품목을 세계 일류제품으로 선정받았다.
올해 예상 매출액만 8천250만달러.
또 새한은 최근 비의류용 화섬 비중을 높이고 고수익 차별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연 5만t 규모의 LMP(Low Melting Polyester) 설비 투자에 나섰다.
차별화 제품의 비율을 70%에서 90%로 높이고 매년 100억원의 추가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한은 31일 국내 최초로 초순수 제조용 역삼투분리막을 개발(본지 31일 10면 참조)하기도 했다.
◆ 기적의 스판덱스 크레오라
효성은 구미공장에 638억원을 들여 오는 6월말까지 연간 8천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시에 연말까지 연 1만8천t 생산규모의 중국 최대 스판덱스 공장을 짓는다.
효성의 스판덱스 생산능력은 총 6만천t으로 늘어나게 된다.
효성이 십수년 연구끝에 최근 개발에 성공한 스판덱스 '크레오라'(cre-ora)는 기존 섬유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스판덱스로 인정받는 '라이크라'(lycra)를 능가하는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초고가 원단의 진입 장벽이 엄청 높은 이탈리아 섬유선진국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크레오라'가 몰고올 생산성과 수익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탈리아와 함께 또다른 섬유선진국인 스위스가 고임금을 받는 독일 노동자 등을 쓰고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의료용 기구인 MRI 등에 쓰는 초고가 의료용 섬유를 생산, 인건비 조금 비싸게 주는 것은 경영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기 때문. 이제 구미공단 섬유업계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위기가 기회로 삼으며 기적의 섬유를 자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섬유는 영원한 첨단산업임을 가슴에 새기면서….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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