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박빙...분위기는 차분
포항 남.울릉은 예측불허 접전지로 꼽힌다. 그러나 박빙 열기는 거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30일 봄기운이 완연한 포항 남구 효곡동. 벚꽃이 흩어진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오후 2시30분쯤 모 정당 후보가 선거운동원 여러 명과 함께 거리를 헤매고 있지만 주민들은 심드렁한 표정이다. 구이집을 경영하는 박남호(45.포항 상대2동)씨는 "관심 없심더. 큰 도둑과 작은 도둑 서로 싸우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포항 남.울릉 선거구는 간단치 않다. 시내 도심지도 있고 구룡포읍, 대송면 등 읍면 지역이 7곳이나 되는 도농 복합지다. 여기다 울릉군까지 더하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뿐만 아니라 제철동 등 철강공단 지역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공단 근로자만 2만5천명이 넘는다. 민주노동당의 정당 지지율이 최근 7%에 달하는 등 노동운동의 입김이 드센 것도 특징. 또 호남 출신이 2만명이 넘고 외지인 비율도 높아 '영남정서'가 아무래도 약하다.
현재 선거구도는 양강(兩强) 체제다. 한나라당 이상득 후보와 열린우리당 박기환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살얼음을 걷고 있다. 탄핵 정국이 도래하기 한 달 전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이 후보의 원 사이드한 게임이 될 것으로 예견됐지만 현재는 오차범위내 접전 중. 이 정도 격차로는 어느 누구도 승리를 예단할 수 없다.
남구 대잠동에 있는 50여평 규모의 박 후보 사무실. 지난 1월말 입주한 사무실에는 운동원 10여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선거사무실다운 북적거림은 찾기 어려웠다.
박 후보는 먼저 기자에게 "선거 분위기가 없다"는 말부터 했다. "탄핵에 대한 얘기도 별로 안하더라"면서 "그러나 젊은층들은 탄핵에 거부반응이 많다"고 귀띔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마음을 졸일 정도는 아니다. 박빙상태는 실상 내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효과'를 두고 그는 "(효과를)볼 만큼 봤다. 더 이상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후보의 한 측근도 말을 보탰다. 그는 "더 이상 '공중전'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탄핵과 같은 돌발변수가 없다면 열린우리당 우세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구 죽도동의 이 후보 사무실은 150평 규모의 넓이지만 썰렁한 느낌을 줬다. 이 후보는 "죽다가 살아났다. 박근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부동표심이 쏠리기 시작했다"고 반겼다. 특히 "허리세대인 40대가 이쪽으로(이 의원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근 당 사무총장 직을 내버리다시피 그만뒀다. "내 코가 석자"라는 이유에서다. 선거일까지 이 후보가 현장을 누비면 상황은 더 호전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한 측근은 "사무총장을 맡으며 몇 달 동안 주말에만 지역구를 들른 것이 전부였다"며 "중앙당 활동을 접은 만큼 탄핵 같은 악재가 없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박 후보 뒤로는 민주노동당 서인만, 무소속 김형태, 무소속 김병구 후보 등이 있다. 세 사람 모두 여론조사 지표상 10% 지지율을 밑돌고 있지만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INI 스틸 노조위원장 출신인 서 후보는 공단 근로자와 서민의 지지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서 후보의 선전에 따라 정당 지지율 두 자릿수 확보여부도 관심사다.
KBS 기자출신의 김형태 후보는 경북지역 무소속 연대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피치를 올리고 있다. 한 측근은 "올라가던 지지율이 탄핵으로 5%, 박근혜 효과로 5% 빠져 기가 찰 노릇이지만 인지도가 50% 이상 되는데다 양당 구도에 염증을 느낀 주민들이 적지 않아 자신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병구 후보는 항간에 떠도는 출마 포기설을 일축했다. 그는 "포항의 밑바닥 정서는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에 실망하고 있다"며 지지기반이 노동자, 영세상인, 농민들의 표 몰이를 기대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지역 현안은…
포항 남.울릉 선거구의 지역 현안을 두고 후보마다 엇비슷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또 정책대결 분위기도 일지 않아 후보간 변별력을 따지기가 쉽지않은 편이다.
우선 5명의 후보들 모두 '울릉도 경비행장 건설'과 '송도 해수욕장 개발방안'을 중요 현안으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은 울릉도 경비행장 건설 이유로 "울릉도를 우리나라 해양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여기에 한나라당 이상득 후보는 "울릉도에 휴식형 종합 해양리조트를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열린우리당 박기환 후보는 "'여당 프리미엄'을 이용, 경비행장 조기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다.
다만 민주노동당 서인만 후보는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악천후 등을 고려, 헬기장 건설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또 5명의 후보 모두 "송도 해수욕장의 백사장 유실보상 문제를 조속 해결, 상가 활성화와 시민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무소속 김형태 후보는 "유실된 백사장을 복원한 뒤 옛 명성에 걸맞은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했고, 무소속 김병구 후보도 "송도 해수욕장에 레저타운을 건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눈길을 끄는 정책으로 '대덕.포항 R&D특구 특별법 제정(박기환)', '기능대학 유치(김형태)', '영일만 해양타운 건설(이상득)', '시청사 조기건립(김병구)', '비정규 노동자 문제 해결(서인만)'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김태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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