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밀착…탈법 찾아라"

입력 2004-04-01 13:46:43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31일. 대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소속된 부정선거감시단의 발길이 후보자의 조급한 마음만큼이나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 대구 남구 봉덕동 KT봉덕지점 앞. 대구 남구선관위의 부정선거감시단 중 후보자전담반 1개팀(3명)이 한데 모여 무엇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이들은 같은 시각 대구 중.남구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한 후보자가 인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 나선 것.

1시간여쯤 지나 후보자가 봉덕시장 주변 경로당으로 향하자 이들은 자신들의 차량을 이용해 급히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들이 도착했을 때는 후보자가 또 다른 곳으로 차를 타고 출발하는 등 이동의 연속이었다.

오후 4시쯤 명덕네거리 인근에서 후보자의 차량을 발견한 전담반은 마침내 영대병원 네거리 부근에서 조우할 수 있었다.

이날 기자와 동행한 부정선거감시단원 서운학(49)씨 등 3명은 "우리가 맡은 후보자는 수행원이 다음 일정을 알려줘 감시단원 일하기가 그나마 수월한 편"이라며 "다른 후보들은 선관위에 보내온 일정과 다르게 움직임이거나 감시단원의 접근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총선에 나선 후보들이 사활을 걸고 득표전에 나선만큼 이들을 감시하는 선관위 직원들은 이들과 마찰을 빚을 우려가 그만큼 높다.

이때문에 감시단원들은 몸을 최대한 낮추고, 감시의 눈길은 한없이 높여야 한다.

서씨는 "사전 교육을 받고 마찰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드러나지 않고 감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물증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후보자가 멈추는 곳마다 찾아가야 하는데 주차 문제로 홍역을 앓고 향응 제공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식당을 찾아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가 허다하다는 것. 게다가 일부 후보들은 일정표를 엉터리로 알려주기도 해 골탕을 먹는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16일부터 활동에 들어간 대구의 8개 선관위 감시단은 후보자, 선거사무소, 정당사무소, 지역순회 전담반 등 모두 4개 분야로 나뉘어 3명 1조로 구성되어 있다.

대구시 선관위 이진달 지도계장은 "1일 현재 고발, 수사의뢰, 경고, 주의촉구 등 조치를 내린 적발 건수가 전체 194건이며 이 가운데 22%(42건)가 감시단원의 활동에 따른 것"이라며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일부터는 감시단 활동을 더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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